[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봉오동 전투 등 대한민국 독립투쟁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으나 공산당 활동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육군사관학교의 교정에 위치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옮겨야 한다는 논쟁이다.
당초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교정의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홍범도 장군 1인의 흉상만을 옮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가입 경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국방부 측 입장은 국군의 주적은 북한인데,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이의 흉상이 국군 양성기관인 육사 앞에 있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독립기념관에서 모시면 된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 2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산세력과 맞서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여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산당 입당 이력만을 문제 삼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홍범도 장군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햇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이제 와서 논란이 되냐”며 “오버해도 너무 오버”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SNS에 “철거 이유가 홍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비윤계가 아닌 친윤계에 속하는 인사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광복 이전엔 좌와 우가 같이 독립운동을 했다. 광복 이후에 대한민국 건국하고, 6.25전쟁과 맞물려 판단해야지 그 전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피치 못하게 잠깐 공산당에 몸을 담은 것과 적극적으로 중공군과 공산당 앞잡이가 되어 우리 국민을 죽이는 데 기여한 건 다르지 않냐”며 “개인적 생각이지만 홍범도 장군 동상은 그대로 놔두고 정율성 역사공원을 폐지하고”라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전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과유불급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전날 입장문에서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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