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은 “여기서 멈출 밖에”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국민의힘이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대구 중·남구 지역을 공천하지 않겠다고 하자, 김재원 최고위원이 28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3·9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8일 “공당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책임정치 실현 차원에서 내려놓겠다”며 무공천 계획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앞서 곽 의원은 해당 논란으로 인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이 무공천 계획을 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최고위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돼 돌아오라는 것이 당의 명령”이라며 “그에 따르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당 안팎서 비판 목소리…“무공천 가장한 공천”
이같은 결정에 당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권 위원장도 무공천 계획을 밝힌 직후 당원이 탈당 후 출마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물영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이라는 글과 함께 김 최고위원에게 “당에 꼭 필요한 분이다. 당의 대표로서 김 최고위원에게 대선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영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은 ‘경거망동하지 말고,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글은 김 최고위원의 탈당 계획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당 밖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을 가장한 공천”이라고 맹비난하는 상황이다. 박찬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무공천 결정한 지 2시간도 안 돼 김 최고위원이 무소속 위장출마를 선언했다”며 “당 지도부인 김 최고위원이 당 결정을 뒤엎은 것도 황당하지만 충분히 예견됐다는 점에서 무공천을 가장한 공천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 공천관리위원장이 ‘공당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책임정치 실현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힌 지 2시간 만에 국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며 “김 최고위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하겠다는 얘기를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밝히니 정말 뻔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29일 “당 최고위원이 보여주는 국민의힘식 책임정치가 태산은커녕 먼지처럼 가볍다는 데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윤영희 국민의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최고위원은 세 치 혀로 뻔뻔하게 무소속으로 당선돼 돌아오라는 당의 명령이라 떠들고 있다”며 “당의 명령이 파렴치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염치를 챙기라는 국민의 명령부터 귀담아 듣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경쟁자 후보’ 이진훈 “여기서 멈출 수밖에”
김 최고위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까지 대구 중·남구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타 예비후보자들의 입장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중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은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구청장은 29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선 저를 당 후보로 추천해주신 홍 대표님(홍준표 의원)께 감사드린다”며 “당의 무공천 결정을 이해하며 제 뜻은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의 대의로 원팀이 되어 반드시 이번에 집권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 보태겠다”며 “설 연휴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라”고 말했다.
이 전 구청장은 홍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공천 요구’를 했다고 알려진 사람이다. 앞서 홍 의원은 윤 후보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재보궐선거 5개 선거구 중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 전 구청장을 추천했다.
홍 의원의 추천이 공천 요구 논란으로 번지면서 선거대책본부와 마찰을 빚었으나, 당이 무공천을 결정하고 이 전 구청장도 수용하면서 이 역시 해소될 것으로 전망이다. 홍 의원도 이날 오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탈당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심이 국민의힘 중앙당에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TK의 지지로 반영됐는데, 탈당으로 인해 TK를 대변할 최고위원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종원 에브리미디어 대표이사는 “재보궐 선거에 불출마 선언하는 게 민심이고 당심”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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