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고립된’ 윤석열의 心路는?
2019년 가을, ‘고립된’ 윤석열의 心路는?
  • 권채빈 편집위원
  • 승인 2019.09.1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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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권채빈 편집위원]심재륜 검사가 두 번째로, ‘진짜 퇴직하고 이틀 뒤에 만났을 때 기자에게 한보수사 때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검찰이 청와대는 물론 직속상관인 김기수 검찰총장에게조차도 상세상황을 보고하지 않고 수사를 밀어붙이던 1997328일 오후. 수사 사령탑이던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의 사무실 문밖이 소란했다. 심 중수부장이 문을 열고 내다보니 비서 여직원이 전화기를 붙들고 저쪽 상대와 큰 소리로 통화 중이다. “술 취한 사람이 무조건 부장님을 바꾸라고 해서란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다 국민만 바라보고 수사한다. 두가지 해석이 분분한 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니다 국민만 바라보고 수사한다. 두가지 해석이 분분한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제휴=뉴스1

 

전화를 방으로 돌리라, 하고는 심 중수부장이 전화를 넘겨받았다. 김용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어이쿠 어쩐 일이십니까.” 물었다. 대뜸 호통이 떨어졌다.

중수부장, 당신 그러면 안 돼요.”

― 무슨 말씀이신지.한보 수사하는 걸 왜 쓸데없이 죄다 공개하는 거요. 언론에는 절반만 얘기하시오.”

― 검찰이 내놓는 자료나 브리핑대로 보도되는 건 아닙니다. 언론이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검찰에 따르면하고 갖다 붙이는 겁니다. 크게 신경은 쓰지 마십시오.”

어쨌든 뭔가 대책이 있어야지, 너무 그런 식으로는 하지 마시오.”

뭘 정해놓고 하는 건 없습니다. 나오면 나오는대로 갑니다.”

이봐요! 지금 우리 각하께서 울고 있어요. 각하가 ….”

그러나 심 검사는 흔들림 없이 당시 국면을 정면 돌파했다.

22년여가 지난 2019년 가을, 우리 국민은 다시 한 번 희한하고도 불편한 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 그리고 청와대가 연출하는 풍경이다. 보다 줄여서 말하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장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간의 서걱서걱한 길항(拮抗) 구도다.

셋이 친한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저 안 보이는 권부(權府)의 깊은 내부에서는 도대체 어떤 얘기들이 오고가는 것일까, 국민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윤석열의 검찰은 현직 장관을, 그것도 대통령이 단단히 끌어안고 있는 권력자를 겨냥해 날선 칼을 확 꺼내들었다.

분명한 것은 그나마 언론과 여론이 힘을 실어주던 저 심재륜 검사의 한보수사 때보다 오늘 조국수사에 돌입한 윤석열이 처한 상황은 실로 열악하다.

당장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장관도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윤 총장과 뜨악하게, 날카롭게 마주 서 있다. 언론과 여론도 진영논리를 따라 갈라졌다. 심지어 여권에서는 노골적으로 윤석열 교체 주장까지 꺼내놓는 판이다.

권력을 쥔 자들의 첩첩 안 쪽에 갇혀 윤석열과 검찰은 그야말로 섬처럼 고립돼 있다.

다행히, 이런 상황에서도 윤 총장은 기죽지 않고 나는 헌법주의자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딱딱 부러지게 단언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의 진영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는 이 가을, 윤 총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마침내! 검찰을 검찰답게 바로세울 것인가 아니면 권력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

나만이 옳다는 정벌(政閥)들이 할거하며 사분오열 프레임에 빠져 야당은 허우적대고, 무슨 평등이니 공정이니 정의니 하는 가치들마저 쓰레기가 돼버린 지금, 혹독한 운명의 무대에 올라선 윤석열과 검찰은 우리 검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이글거리는 국민의 눈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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