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는 제대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채본부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이 활용되지 않은 게 맞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사실로 보인다”고 답했다.
방 실장은 “오랜 기간 재난통신망을 구축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효과적으로 구축된 재난통신망이 이런 재난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재난통신망’이 뭐기에
‘재난통신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소방과 해경, 해군이 각기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느라 서로 연락하지 못한 점이 지적돼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부터 1조5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구축이 완료됐다. 당시 정부는 ‘4세대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재난통신망을 구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재난통신망은 기관 간 사고 현장에서의 통화가 주요 목적”이라며 “버튼만 누르면 통화그룹에 포함된 모든 기관들이 다 연결해서 통화할 수 있지만, 이번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 내부에서의 통화는 이 통신망으로 원활히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가령 경찰 단말기는 현장에 1500대가 있었고 그 단말기들이 동시에 통화했고, 소방과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로 통화에 이 통신망을 사용했다”고 했다.
장관 보고까지 오래 걸렸다…野 이상민 맹공
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보고를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늦게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전날 출근길 취재진의 보고 질문에 “대통령께서 (어떻게 먼저 보고받았는지) 정확히 보고 절차를 나도 모르겠다”고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재난대응을 총괄하는 주무장관이라는 자각과 책임이 있다면 결코 나오 수 없는 답변”이라며 이 장관을 압박하고 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상민 장관은 취임 이후 경찰과 소방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강화하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양손에 가득 쥔 권한으로 무슨 일을 한 것이냐”며 “권한만 쥔 채 책임은 방기한 것이다. 그 결과가 국가 재난상황 속 컨트롤타워의 부재, 즉 재난 속 무정부상태를 만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관계자들이 고발된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는 지난 1일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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