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세월이 흘렀다는 이유로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상식 이하인 사회에서 또 다른 형식의 형제복지원 안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 진상을 규명하라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11일 오전 11시 대책위와 민주당 진선미, 김용익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7년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에 관한 국가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특별법 제정의 이유를 역설했다.
부산시 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형제복지원은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시설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 선도를 명목으로 거리에서 발견한 무연고자, 장애인, 고아 등을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 구타, 학대, 암매장을 한 인권유린 사건을 말한다.
형제복지원 안에서 폭력, 의료방치 등으로 죽어나간 사람의 수가 513명(추정)에 이르며, 이 중 일부는 대학병원에 실습용으로 팔려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으로 당시 원장이었던 박인근은 7번의 판결문을 남긴 채 결국 대법원(당시 대법관 김용준)에서 2년 6개월의 형을 받아 89년 출소했다. 출소한 이후 다시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등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박인근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 사건은 그가 구속되고 복지원이 폐쇄되면서 표면적으로는 정리됐다. 그러나 이 사건이 벌어지도록 만든 국가정책과 그로인한 반성과 성찰의 부재는 피해자와 실종자, 유가족의 분노를 일으켰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513명의 의문사와 인권침해, 사건을 축소시켰던 여러 가지 상황과 국가정책에 대해 제대로 조사해, 지금이라도 고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피해자, 실종자·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어그러진 삶을 주체적인 삶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생존자(<살아남은 아이> 공저자) 한종선 씨는 <에브리뉴스>와 인터뷰에서 “특별법은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된 후) 피해자를 위한 생활지원 등의 보상체계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현재까지 모인 70~80여 명의 피해자들을 독려하면서 현실적인 보상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대책위와 한 씨 등 피해자모임은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7일까지 광화문 일대에서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입법청원 서명’에 나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애초 상징적 인원수였던 513명을 넘어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