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퇴임에 ‘박근혜 대통령’ 감사원 장악 논란, 왜?
양건 퇴임에 ‘박근혜 대통령’ 감사원 장악 논란, 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8.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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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양건 감사원장이 밝힌 ‘외풍’의 진원지, 그리고 靑 속내는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신임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등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대통령 직속의 헌법기관. 대통령 직속이지만, 헌법이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헌법 등에 따르면 이 기관의 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1차 중임 가능). 주요 임무는 국가의 세입·세출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공무원 직무에 관한 감찰. 헌법 제97조∼제100조에 규정된 감사원 얘기다.

석연치 않다. 지난 2011년 3월에 임명된 양건 감사원장이 임기 1년 7개월을 남기고 돌연 퇴임했다. 감사원이 ‘양건 체제’하에서 밀어붙인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 감사 결과가 논란에 휩싸인 이후 그는 “개인적 결단”이란 말을 남기고 떠났다.

또한 속전속결이다. ‘지난 23일 양 원장 사의 표명→청와대 즉각 수리→26일 오전 양 원장 이임식.’ 양 원장의 전격 사의에 청와대 실세의 의중이 담겼다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양건 사퇴’에 청와대 실세의 개입은 곧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다름없어 향후 정치권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로 냉각기를 걷는 여의도 정가에 정부기관 장악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靑 ‘김기춘 카드’ 이후 불거진 감사원 논란…우연의 일치?

양 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사퇴 이유에 대해 “개인적 결단”임을 강조했으나, 이임사 중간마다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그는 이임사에서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최종적인 감사원장 사퇴는 개인적 결단이나, 그 과정에 청와대 실세가 개입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 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관련해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한 뒤 “감사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으로,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양 원장은 그 ‘외풍’의 진원지가 청와대인지 새누리당인지 아니면 또 다른 권력실세인지에 대해선 함구로 일관했다.

양 원장 사퇴 이후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외압설’, ‘청와대와의 갈등설’, ‘4대강 감사의 정치감사 논란’ 등이 불거진 터라 ‘양건 사퇴’ 미스터리를 둘러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양 원장 사퇴 시기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이할 때 쯤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가 금명간 신임 감사원장을 임명하게 되면 박 대통령은 임기 말에 또다시 새 감사원장을 임명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로선 양 원장이 전(前)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사이에 껴있으면서 ‘정치감사’ 논란에 휩싸였던 현 국면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셈이다.

 

▲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양건 감사원장.@Newsis

‘양건 사퇴’ 카드로 4대강 사업 감사결과를 둘러싼 당내 논란의 차단은 물론 차기 정권의 감사원장 임명을 ‘원천봉쇄’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 원장 사퇴를 놓고 박근혜 정부의 정치꼼수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양건 사퇴’ 논란이 박 대통령의 김기춘 카드 이후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친정체제’ 구축을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양건 사퇴’ 카드가 김 비서실장 작품이란 풍문(風聞)도 이 지점과 맞물려있다.

청와대가 하반기 국면 초반 양건 사퇴 카드를 밀어붙여 당내 친박(親朴)-친이(親李) 갈등 봉합과 친박계 내부단속에 시그널을 보냈다는 얘기다. 양건 체제에서 발표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살리기 감사결과로 친이계의 반발이 현실화자 청와대가 이를 조기에 차단하고 친박계 길들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과 궤를 같이 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양건 사퇴와 관련해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 안팎에 그런 얘기(청와대 압력설)가 있지 않느냐”면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찍이 그만뒀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를 겨냥,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다 바꾼다는 기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야권은 이날 양 원장 사퇴에 강하게 반발하며 박근혜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원장 사퇴 의혹과 관련해 “헌법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논공행상 인사를 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대국민 사기극인 4대강 공사를 둘러싼 권력암투의 산물이라는 의혹이 있다”면서 “진실이 그 어떤 것이든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인사 스캔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우원식 최고위원도 “(양건) 감사원장이 청와대의 자기사람 심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라면 사원의 중립을 해치는 위헌적 행위이고, 4대강 감사에 대한 앙심을 품은 친이계의 흔들기 때문이라면 지난 정부의 비리를 덮어보려는 꼼수”라며 박근혜 정부의 정치꼼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편 양 원장 사퇴로 공석이 된 감사원장 후임에는 안대희 전 대법관,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김성호 전 국정원장,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그간 깜짝 인사 발탁을 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의외의 인물이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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