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상영 기자] “모든 책임을 제가 안고 떠나고자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인 최경환 의원이 7일 비서실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오늘 박 후보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다"며 "박 후보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고,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는 점에 대해 가슴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그 동안의 잘못이 있다면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선거전략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저한테 돌을 던져달라. 제가 그 돌을 맞겠다. 서운했던 감정이 있었다면 저한테 침을 뱉어달라. 제가 그 침을 기꺼이 받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최 의원은 "친박이니, 핵심측근이니 하는 분열적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안에 방관자적 태도, 나약한 패배의식이 있다면 오늘로 훌훌 털고 일어나자.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이로써 최 의원은 지난 8월 말 박 후보의 비서실장에 기용된 뒤 1달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위기론이 부각되면서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2선 퇴진론'이 제기돼왔으며, 최 의원도 이와 관련해 거취를 놓고 고민해온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사퇴, 朴 대권가도에 미칠 영향은

그동안 계속돼온 인적쇄신 요구에 친박 측은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를 위해 이 정도에서 당 내 갈등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비친다.

이에 따라 확산돼온 '친박(친박근혜)계 2선 퇴진론', '지도부 사퇴론' 등의 쇄신 요구가 봉합되고 박 후보의 위기론이 진정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그러나 최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만으로는 최근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박 후보의 지지세를 반등시킬 결정적 전환점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않다.

더욱이 '과거사 사과'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입 등을 통해 추석을 전후로 '대통합' 이미지 각인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리 인사' 영입에 당 내 일각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 의원의 사퇴가 사실상 당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좀 더 과감한 수술과 변화 없이 특정 인물의 퇴진만을 통해서는 당 내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친박계 퇴진론을 주장해온 남경필 의원도 이날 최 의원의 사퇴에 대해 "한두 명 특정 사람의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절박한 문제제기를 불화나 갈등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선대위 부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후보만 빼고 나머지 모든 사람을 백지 상태에서 새로 생각하라”고 주장했었다.

결국 현재의 당 분위기로 볼 때 최 의원의 퇴진만으로는 ‘친박 2선 퇴진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즉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비서실장 사퇴는 친박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박 후보의 문제였다"며 "사람을 바꿨는데도 불구하고 당이 바뀌지 않을 경우 국민이 바꿔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퇴로 박 후보의 지지율 등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당을 이끌어가는 소통방식 등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박 후보에 대한 진정성, 국민의 신뢰 확보가 (지지율 상승에 필요한) 핵심요인"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김상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