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지호 기자] 올해 업무상질병 특별진찰(특진)에 걸리는 소요 일수가 5년 전 2019년 80.3일 대비 164.1일까지 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질병이나 소음성 난청 등 질병 사유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필수 과정인 특진에만 반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갑)이 21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특진 의뢰 건수는 8월 기준 21,022건이었다. 의뢰가 25,356건 발생했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2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8월 기준 건수라는 점에서,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특진 의뢰는 3만 건을 넘어서며 지난 5년 내 최다 의뢰 건수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특별진찰제도는 노동자가 업무상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했을 때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을 조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상자는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과 산재보험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에서 특진을 받을 수 있다.
근골격계 질병은 지난 8월 기준 근로복지공단 병·의원 9곳과 민간병원 3곳 등 12곳에서, 소음성난청은 근로복지공단 병·의원 11곳에서 특진을 수행하고 있다. 소음성 난청은 산재 신청자 모두가 특진을 받아야 한다. 근골격계 질병은 용접공·일용직·요식업 등 특정 업종 종사자, 폐업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특진을 받도록 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19년에는 산재병원이 특진 의뢰 양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뢰 건수와 진찰 완료 건수가 6천 건대로 거의 일치하지만, 올해의 경우 의뢰는 21,022건에 달하는 데 비해 진찰 완료는 16,516건으로 5천 건 가까이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산재병원이 특진 의뢰를 모두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의뢰가 늘어나 산재병원 ‘과부하’가 심해진 결과, “올해 특진 소요 일수는 지난 8월 기준 164.1일로, 지난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진을 받으려면 지난해보다 2주 반가량(18.6일), 5년 전이었던 2019년보다 3달가량(83.8일)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라고 자료를 인용했다.
또한 “질환별로는 근골격계 질병 소요 일수가 급증한 가운데, 올해 근골격계 질병 특진 소요 일수는 지난 8월 기준 148.4일이었다. 전년 대비 1달(30.5일), 5년 전 대비 3달 가까이(89.8일) 늘었다. 소음성 난청의 특진 소요 일수는 올해 8월 기준 180.1일이었다. 전년 대비 1주 이상(8.8일), 5년 전 대비 2달 이상(65.6일) 늘었다”고도 했다.
이어 “진찰 완료 건수는 2019년 99.9%였지만, 2020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76.7%까지 감소했다. 2021년 80.2%로 잠시 반등하는 듯했던 진찰 완료 비율은 이후 70%대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지난해 10월 제조업 근로자로 특별 진찰 의뢰를 한 A 씨는 지난 5월 31일 기준 산재병원으로부터 특진 날짜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노동자들이 특진이 늦어져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장 상황도 전했다.
김주영 의원은 “특진 소요 일수가 늘어나면 휴직 기간이 짧고 휴직 보호 대책이 없는 노동자는 치료를 포기한 채 아픈 몸 그대로 일터에 돌아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라며 “업무상질병을 얻은 노동자가 특진이 늦어져 고통받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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