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국회가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의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부결시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부결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체포동의안 표결은 윤관석 의원 293표 중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였으며 이성만 의원은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로 각각 부결됐다. 국민의힘이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던 만큼 사실상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한동훈 장관은 표결 전 체포동의안 이유를 설명하면서 “범죄 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 대가로 민주당 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그 범죄 사실에 따르면 필연적으로 그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국회의원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했다.
또 “최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보면 약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돈 봉투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체포 여부를 돈 봉투 받는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건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께서 이런 사실을 다 아시고 중요한 표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야권 “모욕감 느꼈다는 의원 많아…부정적 영향 미친 듯”
민주당에서는 한동훈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의원들이 의견을 줬는데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으로 모욕감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의원들을) 돈 받는 범죄집단으로 보고, 투표할 자격도 없다는 발언에 격앙된 분들도 계셨다. 이 발언이 많은 의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의 선을 넘어선 것으로, 다분히 감정적인 발언이었다”며 “170명 가까운 의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은 정부의 대표다. 그럼 국회를 대표하는 의원들에게 예의가 있어야 되는 건데, 어떻게 보면 다 그냥 범죄집단화해서 발언하는 모습이 (보기 나쁘다), 저희뿐만이 아니라 아마 국민의힘 의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라며 “상당히, 어제 좀 그런 부분에 있어 ‘이건 너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좀 들 정도였다”고 했다.
비명계로 꼽히면서 당을 주로 비판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장관 발언이 “불을 지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안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계산된 도발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도적인 도발이었다. 법무부 장관은 드라이하게, 법리에 맞게 영장을 청구했으니 가결해달라고 하면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장관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말씀은, 원래 (투표를)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제 말을 듣고 욱하고 기분이 나빠서 범죄자를 옹호했다는 말”이라며 “공당이 하기에는 참 구차한 변명이라고 국민들이 생각하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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