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종열 기자] “월 67만5000원을 벌어 생활하는데 속도위반 과태료가 많이 나왔어요. 새벽이라 단속이 해제된 줄 알았는데 한 달에 1~2건씩 나눠서 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A씨(74)는 새벽에 생활정보지를 배달해 부부가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A씨는 매일 새벽 3시 30분께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 교동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학교 앞 신호등이 점멸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이 해제된 것으로 착오했다.

결국 A씨는 신호등 옆에 설치된 과속단속카메라에 약 7개월 동안 44회 속도위반으로 단속됐다. 그러나 우편으로 발송된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도 받지 못해 단속된 사실도 몰랐다. 

A씨는 “과태료를 한 달에 1~2건씩 나눠서 낼 수 있도록 사정을 봐달라”며 지난달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원주경찰서에 해당 과태료를 감면해주도록 의견을 표명했다. 원주경찰서는 권익위의 의견을 수용해 면제처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과태료 44건을 모두 감면 처리했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8조는 오인하고 행한 질서위반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4조는 과태료를 정함에 있어 질서위반행위자의 동기·목적·방법·결과, 연령·재산 상태, 태도·정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과태료 부과가 정당한 법 집행이지만, A씨가 74세로 고령이고, 같은 장소에서 44회나 적발된 것으로 보아 점멸 교통신호를 속도위반 단속 해제로 착오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지점의 제한속도인 시속 30km를 42~48km로 통과했는데 이는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50km를 준수한 것이어서 과속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봤다.

이와 함께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서가 모두 경찰서로 반송된 점, 약 1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A씨의 경제 사정이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태료를 면제하거나 재산정할 것을 원주경찰서에 권고했다.

손난주 권익위 경찰옴부즈만은 27일 “법의 취지와 당시 사정을 종합한 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해석·적용한 적극행정 사례”라며 “앞으로도 법 규정과 현실을 균형감 있게 고려해 국민의 고충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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