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엄성은 기자]서울고등법원(제1행정부, 재판장 최상열)은 25일 삼성전자(현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라인 노동자였던 김미선씨의 ‘다발성경화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올해 2월 10일 이 사건 1심 법원(서울행정법원)이 같은 결론을 내렸으나 근로복지공단이 불복하자, 그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 시작한지 5개월 만에 내린 판결이다.
김씨는 만 17세이던 1997년 6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해 3년간 LCD 모듈과에서 OLB 공정과 TAB Solder 공정의 오퍼레이터로 근무했다. 근무 중이던 2000년 3월 다발성경화증이 발병, 같은 해 6월 퇴사했다.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세포에 원인 불명의 다발적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국내 유병률이 10만명당 3.5명에 불과해 보건복지부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사건 1, 2심 재판부는 모두 김씨가 이 업무 중 유기용제 등 신경독성 물질에 상당 수준 노출됐고, 만 17세부터 밀폐된 작업공간(클린룸)에서 교대근무ㆍ야간근무를 수행했으며, 과로ㆍ스트레스에 시달린 점 등을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요인으로 인정했다.
또한 김씨가 이 병의 평균 발병연령에 비해 어린 나이에 진단을 받은 점과 삼성전자 반도체ㆍLCD 사업장에서의 다발성경화증 유병율이 한국인 평균 유병율을 월등히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도 산재인정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이 소송에서 삼성과 화학제품 공급사, 고용노동부는 다음과 같은 행태로, 김씨의 업무환경을 은폐했다"며 "삼성전자는 2015년 7월 발표된 조정권고안(제3자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그 이후의 조정 절차를 중단시킨 후 2015년 9월 기습적으로 자체 보상절차(보상위원회)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잇따라 산재인정 판결이 나온 ‘다발성경화증’과 ‘난소암’은 치료비에도 못 미치는 가장 낮은 수준의 보상을 받게 되고, 지난해와 올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로 각각 인정한 ‘폐암’과 ‘불임’은 보상 대상에서 아예 배제돼 있다"고 삼성의 일방적이고 협소한 보상기준을 비판했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에 "김미선씨에게 즉각 산재 보상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삼성에 대해서는 "부실한 재해조사와 무분별한 항소로 직업병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온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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