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인 김모씨(59)는 지난 7일 오후 6시경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한남동 모 식당 예약룸으로 들어가는 기옥 대표를 뒤따라 들어가 모욕적 언사와 함께 술잔에 담긴 술을 기 대표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김씨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기옥 대표의 물음에 “친구(박찬구 회장) 배신한 기옥 대표 아니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옥 대표 측은 “김씨를 모욕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면서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회장의 재판에 기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왜 미행을 하면서까지 이런 행위를 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두해 “술을 먹던 중 기 대표를 발견하고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뒤따라가 술을 부었다”면서 “이미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미행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13년 동안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으며, 사건 당시 박찬구 회장은 휴가 중이었다.
김씨가 돌발 행동을 벌인 이유는 박찬구 회장과 기옥 대표의 관계가 절친에서 악연으로 뒤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광주일고 동기동창인 박찬구 회장과 기옥 대표는 ‘금호가(家) 형제의 난’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는 사이였다. 금호폴리켐 사장이었던 기옥 대표가 2006년 11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배경에도 박찬구 회장과의 두터운 친분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기옥 대표가 박삼구-찬구 형제의 경영권 갈등으로 2009년 7월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해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며 박삼구 회장의 편에 서면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기옥 대표는 박찬구 회장이 해임되자 박찬구 회장의 금호사옥 출입과 내부전산망 접속을 막고, 회장실 철거, 업무용 차량 회수 등을 지시했으며 공식석상에서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을 가장 최측근에서 지켜봤던 김씨가 자신이 모시고 있는 박 회장에게 등을 돌린 기옥 대표를 평소 배신자로 낙인찍고 있다가 취중에 기옥 대표가 보이자 홧김에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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