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 윤창원 기자]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틀 간 치러지면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를 입금한 ‘제3의 계좌’ 존재가 불거지면서 야당의원들 모두 ‘부적격’ 의견을 보여 이 후보자의 낙마 기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전날(22일) 열린 청문회에서 ‘제3의 계좌’가 단기투자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계좌로 밝혀지면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2년 9월까지 MMF 계좌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특정업무경비 전액을 재판업무와 관련해 사용했다. 사적으로 쓴 것은 전혀 없다”고 언급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분석한 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퇴임을 앞둔 지난해 9월 6일 MMF 계좌로 500만원이 빠져나갔다가 하루 만에 돌아왔고, 정기적으로 300만~500만 원, 또는 3000만원이 넘는 거액이 오가는 등 두 계좌 사이에 수 천만 원의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계좌로 이 경비를 받아 신용카드 결제하고 그런 것도 법위반 소지가 있는데 MMF로 하루 이틀 새 넣었다 뺀 행태야말로 해서는 안될 행태”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하루 만에 빼고 그런 건 아니고 신한 B계좌에 있던 특정업무경비를 포함한 여러 가지 돈들이 MMF로 갈 수도 있고 갔다가 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공금으로 개인계좌에 투자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보였다.
이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증빙서류(특정업무경비 사용내역 확인서)와 실제 영수증을 대조해야 하지만, 자료를 보유중인 헌재는 특정업무경비관련 제반 서류를 제출해달라는 인사청문특위의 요청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라 관리하고 있으며 재판활동 중 사용한 내역의 공개는 계류 중인 사건과 재판 독립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 불투명
이틀 간의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게 줄 곧 해명의 기회를 주며 야당의 공격에 당황한 이 후보자를 달래주려는 입장을 보였던 여당 측 의원들은 이 후보자에게 헌재소장으로서 결정적인 결함이 없고 각종 의혹이 해소된 만큼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보고 있는 야당은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추진키로 하고, 채택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기로 한 상황이다.
또 청문특위 위원 13명 중 새누리당 위원이 과반(7명)인 상황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강기정 의원이 보고서 채택 여부를 표결로 처리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안에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강창희 국회의장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할 수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후보자를 지원했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치적 부담을 초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향후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물론 국무총리 인준 등에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고 이 후보자 인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경우 자칫 헌법재판소장의 공백이 장기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1월 임시국회 개회가 지연되면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비롯, 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새정부 출범 준비 일정도 줄줄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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