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가운데 보수와 진보 이념대립이 아닌, 공약과 비전으로 승부수를 던진 후보가 있다. 바로 남승희 후보다.
앞서 보수단체들은 문용린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보수성향의 다른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진영으로 불리는 남 후보도 마찬가지로 후보직을 사퇴하고 문 후보로 단일화할 것을 요구받았다.
하지만 남 후보는 교육감 선거는 이념 대립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며, 후보 사퇴를 거절하고 끝까지 선거운동에 몰입하고 있다.
<에브리뉴스>는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과 책임감을 다해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남 후보를 만나 주요 공약과 각오를 들어보았다.
▲ 유일한 여성 출마자이시기도 한데,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실시되고 있지만, 원래 의도와 달리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개입하지 말아야 할 정당까지 개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양 진영 논리로 흘러가는 교육감 선거가 교육의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리에 어른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교육감 선거가 변질되고 굳어지게 된다면, 교육을 역행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온전한 모습으로 갖도록 하는 누군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 보수라고 생각하나 진보라고 생각하나. 보수 후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보수와 진보 이념 대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를 보수 후보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운동권에 속했던 경험이 없고 진보쪽이 저를 자기 식구라고 한 적이 없으니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으로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기준이 될 순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한 진영이 만들어놓은 논리를 가지고 보수니 진보니 하면서 편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하곤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인권 중요합니다. 인권조례라는 방식과 강도, 속도 이런 것은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또 저는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산이 너무 늘어 지금 다른 예산과의 불균형을 심각하게 초래해 강도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아직까지도 낡은 구시대적인 틀로 사회를 이분화하고 있습니다.
보수나 진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정책과 교육철학을 보고 저를 판단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교란 어떤 곳인지.
-학교는 절대로 과격한 변화나 충격을 주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망가지게 돼 있습니다. 크리스털을 만지듯 조심해야합니다.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학교를 다시게 해서는 안됩니다. 조심스럽게 정성과 사랑,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의 아픔을 함께 하면서 그 상황을 기다릴 줄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마인드만이 현장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 교육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교육감의 공석이 반복되는 현상이 서울교육의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육행정 공백이 반복되면 학교와 교사들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도 불안하고 학교를 신뢰할 수 없죠. 자연히 자구책을 강구하게 되고 공교육 정상화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결국 도덕성의 문제와 이념갈등의 고조로 치르게 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데 선거는 과열되고 혼탁해지는데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조하고, 돈 들여 선거를 치르면서도 교육발전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 대신 어른들이, 교육본질에 대한 논의 대신 이념싸움만 있는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가정에서 엄마 아빠가 싸우면 아이들은 불안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래서 싸울 일 있어도 참습니다. 이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보수 진보 양 진영의 이념싸움을 끝내야 합니다. 교육은 정치가 아니고 학교는 유리그릇 다루듯이 조심조심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양 진영 어느 한 쪽도 완전한 대안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교육감이 되면 양 진영의 좋은 정책과 인물들을 통합하여 받아들이고 시민과 학부모,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희망교육정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의 장기비전계획을 수립하겠습니다.
▲ 이번 선거에서의 공약이 궁금하다.
-최우선적으로 해내야 할 일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입니다. 교원의 업무정상화를 위한 잡무를 경감하겠습니다. 교사들이 학생의 수업과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공교육 정상화의 알파요 오메가죠. 그리고 일반계고등학교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일반계고등학교의 행·재정적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였고, 일반계 고등학교를 정상화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고구려 문화권에 대한 교육적 만남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민족적 자긍심 고취는 물론 세계로 뻗어나가는 도전적 안목과 기상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겠습니다. 문예체 교육의 확대로 인성교육을 강화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분담을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해서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 사교육의 역할도 재정립하겠습니다.
▲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가 있다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정책들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나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교사들의 자긍심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정책 속에 정성이, 책임감이, 현장의 아픔이 담겨 있는 정책만이 현장을 바꿀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엄마의 마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진수는 모성애’라고들 합니다. 바로 상처받은 서울교육이 필요한 것은 정성과 사랑, 책임감과 현장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며 힐링 교육감이 요구됩니다. 두 아이를 길러낸 엄마의 마음으로 힐링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 이상적인 교육감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통합적인, 현장 중심의, 수평적 리더십을 갖춘 교육감이야 말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만의 교육 철학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은 통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 갈무리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이 아닌 깨닫는 교육을 통해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콩나물 교육에 많이 비유합니다. 콩나물은 매일매일 물로 샤워를 합니다. 물은 흘러내려가지만 콩나물은 계속 자랍니다. 다시 말하면 지식이나 경험으로 계속 샤워를 하는데 그것을 모두 기억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그런 경험을 계속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랍니다. 바로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나는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교육이 시작돼야 합니다.
그것이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는 길이며, 이를 인정하면 교사와 부모, 정부의 역할이 달라질 것입니다. 또 그것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의 시프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육도 이런 길로 가야만 교육이 정상화가 되고 발전의 동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교육은 사람을 길러내는 일입니다. 싸우거나 갈등하는 게 아닙니다. 이념적으로나 도덕적으로가 가장 무난한 후보가 바로 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육은 정성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성과 사랑, 배려, 헌신, 책임감 이런 것들을 묶어 다른 말로 표현하면 모성애일 것입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루소도 에밀에서 얘기했듯 교육의 진수는 모성애입니다. 저는 모성애를 바탕으로 내 아이, 내 살림살이를 하는 마음으로 교육 살림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엄마한테 맡겨주십시오. 지금까지 흐트러져 있던 문제를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아이를 보듬어 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절대 여러분의 기대에 저버리는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객관적인 평가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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