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의 눈물…"죽음의 행렬이 언제쯤 멈출지..."
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의 눈물…"죽음의 행렬이 언제쯤 멈출지..."
  • 강지혜 기자
  • 승인 2012.10.05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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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휴직자 가족 송정숙·비정규직 해고자 복기성

▲ 비정규직 해고자 복기성(왼쪽)씨와 무급휴직자 최현규씨의 부인 송정숙(오른쪽)씨가 평택역 앞에 위치한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에브리뉴스=강지혜 기자] 경기도 평택역 앞에는 쌍용차 사태로 세상을 떠난 22명을 추모하고 복직을 기다리는 쌍용차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불철주야 이곳을 지키며 투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인수된 이후 경영난을 이유로 비정규직부터 정규직까지 수천명을 해고시킨 ‘쌍용차 사태’는 여전히 쌍용차 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큰 아픔을 남겨준 사건으로 남아있다.

쌍용차는 경영상태가 호전돼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경우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 영업직 전직자를 채용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이뤄진 바 없다.

오히려 최근 신규 채용을 진행해 쌍용차 해고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고 있는 무급휴식자 최현규(44)씨의 부인 송정숙(36)씨와 비정규직 해고자 복기성(36)씨를 만나 그들의 아픔을 들어보았다.

무급휴직자 최씨는 10년 넘게 쌍용차에서 일했다. 어느 날 갑자기 구조조정을 당하기 전까지 대기업에 다니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자상한 남편이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 이후 최씨 가족들은 매일 매일 전쟁과 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고 부인 송씨는 토로했다.

“애기 아빠는 매일 술로 살아요.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가 강제로 짤렸으니깐요. 회사 측은 1년 뒤 복직을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어느 하나 지켜진 게 없네요”

해고로 극한 스트레스를 받은 남편 최씨는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어느 날 집에 도청장치가 달렸다며 헛소리까지 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해고로 가정 형편은 어려워지자 자녀들은 또래들이 받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은 아버지의 해고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큰애는 벌써 중학교 3학년인데 남들 다니는 학원에 제대로 다녀보질 못했어요. 둘째는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왜 집에 있냐고 묻고 집에 없으면 어디 갔냐고 묻고 아버지의 해고로 아이들이 오히려 더 예민해져 있어요”

무급휴직자들은 내일이라도 복직할 지 모른다는 기대에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표를 쓰고 나왔으면 새롭게 뭐라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복직할 수 있다는 기대로 미련을 못버리고 있어요. 친인척 회사 일을 돕거나 알바로 일을 하는 게 대다수에요.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할 나이에 있는 사람들이 생활비도 부족해 부모님께 손벌리는 것 보면서 속상해요. 특히 남자들은 한창 일을 할 나이인데. 몇 년 째 저러고 있는 것 보면 착잡해요”

아내 송씨는 경영난을 유발한 경영진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착실하게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왜 강제로 회사를 나가야하는 지 이해가 안돼요. 경영진들이 기술도 뺐기고 회사 운영도 제대로 못했는데 왜 노동자들이 나가야하는건지. 회사는 어렵다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휴가비도 꼬박꼬박 챙겨주는 것 보면 믿음이 안가요”

비정규직 해고자인 복기성(36)씨의 상황도 최씨 가족과 다르지 않다.

2003년 9월 입사해 사내하청으로 일해 온 복씨는 2008년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2009년도 업체가 폐업돼 해고당했다. 복직을 위해 무려 4년 동안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2003년에는 6000~7000명 정도의 정규직 노동자와 1700여명 비정규직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때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시점부터 해서 비정규직이 해마다 감소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해마다 몇백명씩 해고됐어요. 결국 2009년 정규직까지 구조조정 될 때까지 비정규직은 겨우 340명이 남았지만 대부분 강제휴업 조치를 받았죠”

복씨도 해고를 당한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죠. 해고를 당한 이후 집을 담보로 6000만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친인척에게 1200만원을 빌리고 적금과 보험도 해지해 벌써 8000만원의 빚이 있네요. 이렇게 어렵다보니 대부분의 해고자들은 파산신청을 하거나 이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정치권에 대한 쌍용차에 대한 관심에 대해 복씨는 오히려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얼마 전 쌍용차 관련 청문회도 열렸지만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대선국면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더군요. 몇 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를 지금에 와서 다시 여론화 시키고 이용하는 거라면 실망감이 큽니다. 그 동안 해고자들의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노력이 여야 모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장기적인 문제가 되지 않도록 여야 모두가 해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쌍용차 복직을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송씨는 “이제 끝이 날거라는 희망을 가져야죠.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야죠. 또 다시 누군가 죽어나가기 전에, 가정 하나가 더 파괴되기 전에 해결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복씨도 “이곳에 농성장과 분향소를 설치한 게 100일이 넘었습니다. 2~3년 전 해고 사태가 벌어졌을 때보다 모금함의 금액도 사람들의 관심도 몇 배는 더 높아졌습니다. 그만큼 쌍용차 문제에 대해 다들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는 만큼 해결도 빠른 시일내에 될 거라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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