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당헌 80조 개정 요청이 높아지는 가운데, ’비명‘(비이재명) 인사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당권을 놓고 대립하는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조항 개정에 대한 입장을 얘기하시라”고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논란 된 ’당헌 80조‘, 부패연루자 다룬다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는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에 대해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검찰 중심의 인사가 쏠리면서 무차별적 기소가 이뤄질 수 있으며, 야권 탄압의 수단으로 역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지지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당헌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이 ’안전장치‘이므로 개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박용진 후보가 지난 10일 대전방송(TJB)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당헌 80조는) 개인이 사법리스크가 당 전체 사법리스크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아닌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표적 친문계 인사로 꼬비는 전해철 의원도 10일 “전당대회 과정에서 개정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당헌 개정은) 그동안 당의 혁신 노력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며 오히려 민주당의 신뢰 회복을 위해 더 엄격하게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역으로 주장했다.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 등에 따르면 이 규정은 지난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의결된 혁신안이다. 전 의원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부정부패와 단호히 결별하겠다는 다짐으로 혁신안을 마련했고 이는 국민께 드린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도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오얏나무에서 갓을 고쳐쓰는 일을 하는 것은 민심에 반하는 일이고 내로남불 계보를 하나 더 잇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방탄 개정‘? 李 입장은
개정에 반대하는 측은 이런 사례가 있으므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응천 의원은 “그 전까지 연전연승을 하던 우리 당이 (재보궐선거) 이후 대선, 지방선거 내리 지고 야당이 되고, 지금까지 밀려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입장은 모호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 10일 TJB대전방송에서 열린 당 대표 경선 5차 토론회에서 “저는 당헌 개정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낸 일도 없고 어떤 의사를 가진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9일에는 다소 다른 발언을 했다. 그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검찰권 남용 문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여당의 야당 탄압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여당이 아무나 기소해놓고 무죄가 되든 말든 검찰권 남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에 대한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10일 “세 후보가 함께 (당헌 개정에) 반대 의견을 내는 건 어떠냐”는 박용진 후보의 제안에도 “검찰의 야당 침탈 통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정은) 비대위가 결정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이전 ’당헌 개정‘ 때는 어떻게 됐나
민주당은 이전에도 당헌당규상 안 되는 일을 되게 개정한 바 있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다.
당시 재보궐선거는 각각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으로 직을 내려놓게 되면서 하게 된 것으로, 민주당은 두 광역단체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줘야 했다. 이때 국민의힘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당선됐다.
이때 민주당은 ’후보를 내느냐, 마느냐‘로 갈등했다. 당시 당헌당규에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개정을 추진해 부산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서울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각각 공천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패하고 두 지역 모두 국민의힘에 넘겨주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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