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영찬 기자]국내 연구진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기전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에 따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던 PTSD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보영 연구위원 연구팀이 PTSD 치료제의 과학적 원리를 동물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뇌과학 학술지인 분자정신의학지(Molecular Psychiatry)에 이날 게재됐다.
PTSD는 사고와 재해 등 심각한 사건에서 얻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속적으로 다시 경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치료를 위해 인지행동치료 등 정신과적 치료와 우울증 약물치료가 병행되고 있으나 호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PTSD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치료 기전은 밝혀진 바 없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임상 개발 중인 PTSD 치료제 NYX-783을 PTSD 마우스 모델에 적용해 치료 효과의 작용원리을 밝혔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함과 동시에 명확한 전략을 제시했다.
NYX-783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바이오기업 앱티닉스(Aptinyx)가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신약이다.
연구진은 PTSD 동물 모델에 공포 상황 24시간 후 NYX-783을 주입했으며 공포기억 재발이 억제됨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변연하 내측 전전두엽 내 흥분성 신경세포의 GluN2B 소단위체 단백질을 포함한 NMDA수용체가 활성화됐다.
연구진은 “이는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BDNF단백질(뇌 안에 있는 신경영양인자 단백질 중의 하나)의 발현을 유도해 신경세포의 가소성을 향상해 공포 기억을 억제했다”며 “PTSD 치료제의 효능과 과학적 원리를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고 전했다.
GluN2B는 NMDA 수용체를 이루는 여러 단백질 소단위체 중의 하나다. NMDA수용체는 신경세포의 흥분성 시냅스에 존재하는 막단백질로, 칼슘이 이동하는 이온통로다. 칼슘의 흐름을 조절해 시냅스가 제대로 기능하게 해 신경세포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
이보영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성과는 NMDA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PTSD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추후 여러 접근방식을 적용해 다른 기전의 후보물질을 구축, PTSD뿐 아니라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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