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대통령이 되고난 이후에도 청와대에만 고립돼있지 않고, 일이 끝나면 남대문시장에 나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도 한 잔 하고, 젊은 사람들이 취업 때문에 고통 겪는 노량진 고시촌에도 가보겠다. 시민들 속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지난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일 당시 했던 밝힌 포부다. 문 대통령은 이때 낙선한 후 2017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공약을 했고, 당선 이후에는 광화문대통령공약 기획위원회를 출범시켜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위한 준비였다.
오래된 문 대통령의 열망이 포기로 종결된 것은 2년이 지난 2019년이다. 당시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집무실을 현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의 의의는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라는 꿈을 준비하는 시간에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밝힌 지 7년. 집권 후 계획 수립에서 포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공약 구체화 및 준비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포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광화문이 아닌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을 원한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라 다르지만 윤 당선인 측은 대선후보 때부터 정부서울청사와 국방부를 새 집무실로 검토한 모양새다. 이 기간이 짧으면 1개월, 길어도 1년이 채 안 된다.
민주당 측에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비난하는 이유는 이 짧은 준비기간에 있다. 현 정부는 몇 년을 검토한 끝에 이전 불가 판정을 내렸는데, 몇 달 검토 결과로 이전을 요구하니 ‘졸속’으로 보이는 것이다. 당선 직후까지 문 대통령처럼 ‘광화문 대통령’을 외쳤던 윤 당선인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도 이러한 비난을 사는데 한몫 했다.
윤 당선인은 사실상 정부에 ‘5월 10일까지’로 기한을 못박아뒀다. 국민에게 청와대를 완전 개방해 돌려주겠다고 한 대목이다.
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5월 10일은 ‘다음 정부’의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로, 결국 현 정부에서 기한을 맞춰 완성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의 각종 기밀시설과 장비를 약 50일 내로 옮겨야 한다.
윤 당선인이 고민할 시간은 적었고, 이행을 위한 준비는 직접 하지 않는다. 이행 과정에서 생길 리스크는 오롯이 청와대 수장이자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의 몫이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협의는커녕 만나지도 못했다. 현 정부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