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된 ‘광화문 대통령’ 공약, 화두에 오른 용산
파기된 ‘광화문 대통령’ 공약, 화두에 오른 용산
  • 안정훈 기자
  • 승인 2022.03.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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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당선인 의지" vs 민주당 "졸속 추진" 충돌 예상

[에브리뉴스=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새 대통령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확정하면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사실상 파기됐다. 이로 인해 여야가 용산 시대를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휴=뉴스1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 이후 광화문 정부 청사들을 대상으로 집무실 이전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최소한의 경호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청와대 내 일부 시설 사용 역시 불가피하게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완전히 돌려드리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용산에 대해서는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안보지휘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완벽히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조치에 수반되는 시민 불편도 거의 없다”며 “무엇보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주변 미군기지 반환이 예정돼 있어 신속하게 용산공원을 조성해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고 국민들과의 교감,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文 대통령도 靑 이전 추진했었어”

국민의힘에서도 청와대 이전은 필요한 공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청와대 이전을 추진했었다며 공약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자신의 SNS에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를 떠나 새로운 집무실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굳은 의지 표현”이라고 치켜세웠다.

청와대 해체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청와대 참모진의 비대화와 이로 인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간은 사람의 의식을 지배한다. 대통령은 구중궁궐과 같은 청와대에서 고립되고, 소수의 청와대 참모진들이 거대한 권력을 가지는 구조가 모든 정권에서 반복됐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며 이런 문제를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본인의 대선 공약으로 (청와대 이전을)채택하셨던 것”이라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1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 ‘광화문 대통령’에서 ‘용산 대통령’으로 공약이 변경된 것에 대해 “광화문이라는 건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추진했던 사안이라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 했을 뿐 사실 용산도 (후보지로) 넣는 등 광범위하게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또 “국민은 청와대를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는 일, 청와대뿐 아니라 북악산, 인왕산까지 시민이 늘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돌려드리는 일에 대해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며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국민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할 곳이 용산”이라고 했다.

민주당 “졸속, 안보-국정공백 불가피”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의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기동민·홍영표·안규백·김민기·김병주 의원. 사진제휴=뉴스1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의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기동민·홍영표·안규백·김민기·김병주 의원. 사진제휴=뉴스1

4성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오전 MBC라디오에서 청와대 국방부 이전에 대해 “졸속으로 하다 보니 안보공백과 국정공백이 불가피하게 되고 있다. 그야말로 안보 비상사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국방부에서 짐을 빼내는 데만 해도 24시간 밤낮으로 했을 때 20일 소요가 된다고 했다”며 “24시간 그렇게 돌려야 하니, 저는 사실 보통 일반 부대에 이렇게 강요한다면 전형적 갑질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용산 국방부는 민간인 통제가 아주 철저히 되는 곳”이라며 “대통령 온다고 해서 통제가 풀리나.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용산으로 들어가면 소통은 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소통을 명분으로 삼은 윤 당선인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설 의원은 “국방부와 대통령이 같이 근무한다는 건 이치에 안 맞다. 군 지휘본부가 같이 있으면 집중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용산을 청와대 전용으로 하고 국방부도 합참도 옮긴다면, 그 얘기는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일 윤 당선인에 대해 브리핑을 통해 “절차도 일방통행이다.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을 아무런 국민적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나”고 비난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낮 국회 소통관에서 “윤 당선자는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는데 이것이야말로 제왕적 행태가 아닌지 묻고 싶다”며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방부가 50일 내에 이전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매우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이러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다. 당선자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갖고서 추진해도 될 일”이라며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소통하는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음을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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