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할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제기된 ‘MB 사면론’에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현 정권이 사면해주길 바라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새 정권이 집권하면 사면시키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의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 사실을 밝히고, ‘MB 사면론’에 대해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라디오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된 걸 거론하며 “두 분을 달리 대우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이 고령이고 형량도 훨씬 더 낮았다”고 덧붙였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진작 됐어야 하는 일인데 늦어진 감이 있다”며 사면을 독촉했다. 그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와 MBC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문 대통령께서 퇴임하시기 전에 이 부분을 스스로 풀고 가시는 게 본인도 정치적 부담을 더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물러나는 대통령에 짐 지우는 셈”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사면하고 싶으면 본인이 취임한 이후 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이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대 당 당선인 신분으로 현직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사면하고 싶으면 본인이 취임한 이후에 하면 되는데,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짐을 지우는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MBC인터뷰에서 “당선인 요청이 있다고 해서 판단을 뒤집는 건 적절치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취임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당선인이 취임하고 하는 게 맞다”고 봤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만약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실시된다면 아무래도 다른 여러 정치인들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들에 대한 여러 문제도 포함해 진행돼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짐을 과연 현 대통령이 져야 하느냐, 아니면 당선인이 짐을 지는 게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강금실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SNS에 사면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사면을 왜 떠나는 정부더러 하라는 건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강 이사장은 “곧 들어설 새 정부에서 하시면 될 텐데”라며 “삼일절도 지났고 사월초파일? 이미 권력을 내려놓은 정부가 특권 중의 특권인 사면권을 행사할 일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려 했다. 그러나 회담이 무산되면서 사면 논의도 미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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