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범죄,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관념 드러내
[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텔레그램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주동자 6인의 2심 선고 공판 직후인 1일 오후 3시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박사방 항소심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착취대응팀 조은호 변호사는 “박사방 사건은 돈만 내면 타인의 존엄성을 유희 거리로 삼아도 된다는 비뚤어진 가치관과 성범죄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숨을 수밖에 없는 현실, 통신기술의 발달이 빚어낸 전례 없는 범죄”라며, “피고인들은 성 착취물 제작·유포라는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정보의 내용을 빠르게 퍼트릴 수 있지만, 정보의 생산자는 은폐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집단을 이루고 역할을 분담하여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피해 규모, 가담자 수, 범죄 수익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피고인들의 범행은 가히 성 착취를 산업화하였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라 법원도 조 씨들에 대한 범죄단체조직죄(이하 범단죄) 혐의를 인정하였다.”며, “발달을 거듭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산업화·조직화된 성 착취는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 아닌 중대한 조직적 범죄라는 점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의 유영 활동가는 “우선 범죄단체조직죄가 인정된 오늘의 판결을 환영한다. 성범죄 사건에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건 박사방 사건이 처음이다. 결과적으로는 형량이 다소 감경되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1심에 이어 범단죄 적용을 유지한 이번 선고는 소지·시청·판매·유포·제작 등 각각의 단계가 개별적인 범죄가 아니라 서로 증폭시키며 범죄가 계속적·반복적으로 구성된다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이들 모두 범죄단체 조직원으로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등의 2차 가해가 반복돼 피해자의 신변을 위협하는, 험난한 여정이기도 했다. 조주빈과 공범들은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도 ‘피해자와 교제하는 사이였다’고 말하거나,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렸다.”며, “피해자의 실명이 수차례 공개되는 사건도 있었으며, 구제를 위해 피해자 변호인단이 재판 일부만이라도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선이 활동가는 “피해자 개인의 삶에 있어 박사방 사건은 너무나 큰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 현재까지도 끼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거나 개명을 해도 소용없고, 온라인상에서 성 착취 피해 촬영물이 검색되거나 유통되는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사방 사건 주요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피해 촬영물에 대한 유포나 협박죄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하는 근거가 될 것이고, 당장 피해자들이 겪는 추가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를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더 이상의 디지털 성폭력의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우리는 더 나아진 사회, 제대로 된 판결을 원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공대위 측은 “우리는 조주빈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엄벌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여성 혐오적 구조와 문화가 근절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최소한 감형은 없어야 했기에 뼈아프지만, 오늘의 판결을 출발점 삼아 양산되는 추가 가해자들을 계속 수사 및 검거하는 작업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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