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최근 법원이 연달아 영아살해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자택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한 산모가 빌라 4층 창문 밖으로 아이를 던져 살해한 사건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이 참작되어 징역 2년이란 판결이 내려졌고, 3월 24일 영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우려 한 친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형법상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을 것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유기한 죄라며 일반 살인죄와 비교했을 때 형을 감경하고 있다. 형법상 살인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으나, 존속살해의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반면 현행법상 영아살해의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6·25 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후 60여 년이 지난 현재, 도입 당시와 달라진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아살해죄의 경우 존속살해는 무겁게 처벌하면서 영아살해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으며, 영아의 생명권을 부당하게 경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92년, 독일은 1998년 형법 개정을 통해 영아살해죄를 폐지하였고, 일본과 미국은 영아살해죄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영아유기죄의 경우, 영아유기가 유기죄의 전형적인 형태임을 감안하면, 일반 유기죄보다 형을 감경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우며, 영아유기죄의 영아는 영아살해죄의 영아와 달리 분만 중이나 분만 직후의 영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 주체도 산모에 국한되지 않아 책임감경의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형법상 유기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존속유기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반면, 영아유기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린다.
독일은 아동에 대해 유기행위를 한 경우를 일반 유기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하고 있으며, 이외의 국가에서는 별도로 영아유기죄를 감경하는 구성요건을 두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영아살해죄 및 영아유기죄를 폐지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함으로써, 영아살해·유기는 각각 형법상 보통살인죄·유기죄 규정의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백 의원은 “생명에는 경중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라며, “자신을 보호하고 저항할 능력이 없다시피 한 영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일벌백계를 함으로써 영아보호와 헌법상의 형평성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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