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골프 홍문종 제명, 작년 ‘실언’ 김성원은 당원권 정지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폭우 때 골프를 치러 갔다가 논란이 된 상황에서도 “그런 일로 기죽지 않는다”고 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나흘 만에 “수해로 상처를 입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사과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대구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당시 상황에 대해 “(골프를 치러 간 것이) 주말 일정이고 재난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은 없었다”면서도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홍 시장은 대구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던 지난 15일 오전 10시께에 신천 물놀이장 개장식을 다녀온 후 오전 11시30분경부터 대구 팔공CC에서 골프를 쳤으나, 비가 내려 중단했다.
집중호우로 전국적 피해가 큰 상황이었고, 경상북도와 충청도 등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기까지 하면서 홍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다. 그러나 홍 시장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비판에 반박했다.
홍 시장의 대응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등 야권에서 비판이 이어졌으며 함께 지역사회와 여권 내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시장을 겨냥해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적 재난상황에 국민에 비해 헌신해야 할 공직자가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함은 물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나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여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당에 진상파악을 지시했고,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같은 날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 등을 직권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리위 첫 회의는 오는 20일 오후 4시30분께로 예정돼 있다.
홍 시장의 윤리위 회의 개시 하루 전 사과는 윤리위에서의 심사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징계 여부와 수위가 주목받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윤리규칙에서는 [제22조(사행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②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 기타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체의 해당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ㆍ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이미 선약이 되어 있는 경우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 중에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라고 되어 있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2006년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홍문종 전 의원이다.
당시 강원도는 집중호우로 도로 21곳이 유실되고 주민 12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거나 실종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이후 수해지역인 강원도에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당은 가장 강력한 처분인 제명을 결정했다. 아울러 함께 골프를 즐긴 인사들도 당원권 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수해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던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사례가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수해 자원봉사 현장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게 방송을 통해 노출됐고, 결국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당 윤리강령에도 규정이 있고, 선례가 있는 만큼 국민의힘 내에서는 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형평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당원들이 ‘어느 정도까지 징계되는구나’라는 걸 보고 수해가 났을 때 국가적 재난사태 때 말과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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