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경기 화성시 봉담읍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50여명이 1일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하다면 법무부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성토했다. ‘수원 발바리’로 불린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지난달 31일 출소 후 이곳 인근에서 거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침울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조용하고 평온했던 봉담이 하루아침에 폭탄을 맞은 듯 구멍이 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정명근 화성시장도 참여했다. 정 시장은 전날(지난달 31일) “박병화 가족이 임대차 계약 과정에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이를 명목으로 계약을 무효로 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건물주도 당사자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불응 시 명도소송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기도는 성범죄자 거주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성범죄 출소자의 갱생시설 입소 제한 기준 마련’ 건의문을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보냈다. 학교 등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이 가까운 갱생시설에는 성범죄자 입소 제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범죄자 출소로 지역 주민들이 떤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6년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감된 김근식이 경기 의정부시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시설로부터 1km 이내에 아동시설과 학교가 6곳 있었기 때문이다. 김근식의 경우 출소 하루 전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서 재수감이 됐다.
‘조두순 사건’의 조두순 사례도 있다. 2020년 말 안산시와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으며 시민과 유튜버 등이 쏠리면서 한동안 지역 자체가 난장판이 된 사례가 있다. 조두순의 경우 현재 주택 주변에 34개 CCTV 추가 설치, 특별초소를 설치하는 등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개선 필요…입법 이어지지는 않았다
범죄자의 거주로 주민불안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법안 입법은 논의되었으나 매번 불발됐다. 범죄자의 출소 후 사회 적응을 돕는 게 아니라 재격리한다는 게 이중처벌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로부터 동떨어진 생활을 해야하는 게 사실상 재수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 고영인 의원과 정춘숙 의원이 각각 주거지에서 200m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법안과 가해자가 피해자 집 1km 반경 이내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김남국 의원도 아동 성폭력범죄자에 대해 최대 20년까지 사회에서 격리시킨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제시카법’이 주목되고 있다. ‘제시카법’이란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의 9살 소녀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살해당한 후 시행된 법이다. 아동을 한 성폭행 범죄자에 출소 후 평생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장치를 하게 하고, 아동이 밀집한 학교 공원 등 시설롭터 일정 거리를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에서 치료감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전자감독 대상자가 사후 치료감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보호해야 할 최약자인 아동을 흉악 범죄자로부터 강력히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시민 접촉이 많은 배달대행업이나 대리기사 등의 취업을 제한하는 생활 물류 서비스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동훈 장관도 이를 적극 지원하라고 밝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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