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종열 기자] 폭스바겐 코리아가 국내에서 시판하는 전기차 ‘ID.4’에만 통신모듈을 장착하지 않아 역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판매하는 ‘ID.4’ 차량에는 통신모듈을 탑재한 것이다.
‘ID.4’는 폭스바겐 코리아가 지난달 15일 출시한 차량이다. 차량 가격은 보조금 지원 전 5400만 원이 넘는다. 그러나 OTA(Over the Air) 기능이 없다. OTA는 통신모듈을 활용해 무선으로 소프트웨어(SW)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또 리콜이 요구되는 일부 결함에도 차량을 엔지니어에게 전달하지 않고, OTA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차량 내 내비게이션 업데이트와 차선 이탈, 충돌 방지 등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에도 활용된다.
문제는 OTA에 필요한 통신모듈이 삭제되다 보니 한국 소비자들은 국산 소형차에도 적용되는 원격시동, 무선 공조장치,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편의 옵션을 누릴 수 없게 됐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충전 속도가 느려 원격으로 충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커넥티드 서비스가 필수다. 그럼에도 통신모듈이 없는 ‘ID.4’는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ID.4’의 구매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알람을 맞춰 놓는 등의 불편함을 감소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자격 없어 최신 기술 적용 어려워
폭스바겐 코리아는 국내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에 등록이 안 돼 있다. 이 때문에 ‘ID.4’를 포함한 폭스바겐의 기존모델들은 OTA 서비스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상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규제샌드박스다.
즉, 폭스바겐 코리아는 규제샌드박스 자격이 없어 OTA 서비스를 할 수 없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왜 샌드규제박스에 등록하지 않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벤츠 BMW, 테슬라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규제샌드박스 업체 등록 후 한국 소비자에게 OTA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폭스바겐 코리아가 한국의 보조금 정책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차량 단가 조절 과정에서 통신모듈을 제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5,500만원 미만 전기차는 차량마다 매겨진 보조금의 100%를 받는다. 이로 인해 수입차 업체들이 단가를 낮추려 소비자 편의 사항을 뺀 채로 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자동차업계의 전문가들은 ‘ID.4’ 차량의 중고차 가격방어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OTA가 불가능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사후조치가 모두 차단된 탓이다. OTA가 장착된 차량은 차량 업데이트와 최신 기능 추가,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차량 리콜도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가능해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있는 편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각종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임에도 통신모듈과 OTA를 배제한 것은 한국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행위”라며 “폭스바겐 코리아는 규제샌드박스 허가를 받아 한국 소비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최신 기술을 외국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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