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원장 모르는 영입
정책본부장 모르는 공약
[에브리뉴스=안정훈 기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에서는 모르는 대선후보의 공약이 드러나면서, 당내 불통 문제가 또다시 대두됐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알렸다. 공약에 대한 설명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단 7글자가 전부였다.
신지예.이수정 영입했는데…기존 당내 행보와 정반대
이는 지난해까지 계속된 영입방침과 상반된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 페미니스트 인사를 연이어 영입했다. 이로 인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도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랬던 윤 후보가 지난 7일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이같은 윤 후보의 노선 선회는 당내에서도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발표 당시 몰랐다”고 말했다.
원 본부장은 10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쇼’에 출연해 “솔직히 그 공약은 우리 정책본부에서 한 게 아니다”며 “발표 당시에는 몰랐고 대선 직후에 후보와 통화했다”고 말했다.
또 “(여가부 폐지에 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많았는데 후보가 최종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원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제가 알기로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후보가 경선 때부터 했던 공약”이라며 “원 본부장은 경선 후보여서 몰랐던 것 같다. 윤 후보가 당선 후 후보 공약들 위주로 했는데, 원 본부장에게는 따로 이야기를 안 드렸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미스가 없도록 하기 위해 윤 후보의 기본적인 공약을 알려드리고 원 본부장님도 공부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선이 60일 남짓 남은 시점인데, 선거대책본부에서는 공약 공유도 안 된 셈이다.
국민의힘 불협화음, 어제오늘 일 아니다
당내 불협화음 문제는 경선 직후부터 계속돼왔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 대표와 지난 12월 내내 마찰을 빚은 ‘윤핵관’이다.
윤핵관은 ‘윤석열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로,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때부터 갈등을 벌였다. 익명의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김 전 위원장에게 “조건없는 합류를 선언하지 않으면 끝”이라는 등 최후 통첩을 가했고, 김 전 위원장도 “주접을 떤다”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후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면서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이번에는 이 대표와의 갈등이 문제가 됐다. 선대위는 지난해 11월 윤 후보의 충북 세종시 일정에 이 대표를 포함했는데, 이 대표는 이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이 대표는 “적어도 이준석의 일정은 이준석에 물어보고 결정해달라”며 불만을 드러냈으며, 이는 이 대표의 당무 거부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복귀한 후에도 당내 불통 문제는 계속됐다. 대표적인 게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영입 등이 있다.
새시대준비위는 신 전 대표를 영입했지만 당시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인 김 전 위원장은 “사실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라고 명칭만 해놓고 당 인사가 전혀 나한테 전달이 안 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언론에 얼굴 비추는데…尹 본인도 모르기도
선대위 상임위원장도 모르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윤 후보 본인도 자신의 일정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윤 후보는 유튜브 경제 프로그램 ‘삼프로TV’에 출연했는데, 지난 6일 이에 대해 “저도 어떤 데인지 정확히 모르고 갔다”고 밝혔다.
또 게임 전문 매체 ‘인벤’과의 서면 인터뷰는 윤 후보의 이름으로 이뤄졌음에도, 윤 후보는 몰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일 ‘인벤’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수익성 추구는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하다”, “강력한 규제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라는 취지에 답한 바 있다.
이같은 답변이 논란이 되자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저녁 인터뷰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직후 그 인터뷰가 후보에게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며 “게임은 2030세대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슈인데 이런 큰 문제를 후보 본인도 모른 채 후보 이름으로 내는 현재 선대위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압박했다.
이러한 일정 착오는 선대위가 해산하고 윤 후보가 선거조직 쇄신을 선언한 5일에도 일어났다. 이날 선거대책본부 국민소통본부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국 청년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당초 소통본부는 윤 후보도 참석할 거라 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에게 알린 바와 달리 윤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권성동 의원은 “왜 윤 후보는 안 오냐”는 청년들의 질문에 스피커폰으로 윤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후보는 “청년들가 함께하겠다. 우리 다 같이 이기자”고 했고, 이는 청년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윤 후보는 ‘폰석열’이라는 굴욕적 별명까지 생겼다.
이는 소통본부와 윤 후보 사이에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아 생긴 문제였다. 결국 당의 불통 문제가 선대위 쇄신 후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불통 자체도 문제지만 중요한 건 불통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빈도수다. 당내에서 말이 다르거나 일정이 어긋나는 등의 문제가 11월말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선대위 쇄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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