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공군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부사관 A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후폭풍이 연일 언론 보도되고 있다. A가 죽은 건 과연 누구 때문일까? 구속된 가해자 B 중사? 성추행 피해 자체도 물론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웠겠지만, 정작 A를 무너뜨린 마지막 지푸라기는 사건을 축소하며 좋게좋게 넘어가려 했던 상사들의 행태가 아니었을까?
※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란?
최후의 결정타, 견딜 수 없는 마지막 한계를 뜻하는 영어의 관용구. 마지막 지푸라기가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다는 영어 속담에서 유래한 말로, 낙타의 등에 짐을 계속 싣다 보면 마지막 지푸라기 한 개를 올려놓았을 뿐인데 낙타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는 데서 나온 비유적 표현이다.
성범죄 피해를 호소했더니 조사나 처벌은커녕 은폐·회유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그때 그 상황에서, A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었고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은 귀한 생명 하나가 영영 떠났다.
엄한 사람만 생의 끈을 놓아버리고, 언론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하니 그제야 뒷북 요란하게 치면서 소위 말하는 책임자는 물러나고 ‘직접적인 가해자’가 구속되고 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조차 안 되는 것이 한국사회의 현주소임을 말이다.
“정인아 미안해”라면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30일부터 시행한 ‘즉각 분리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데, 이는 학대 의심 보호자와 떼어놓은들 정작 아이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8년 전 있었던 ‘노 소령 사건’도, 가해자 노 소령의 성추행 및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자 오 대위가 세상을 등지는 등 이번 사태와 흡사한 점이 많다.
비참한 사례일지라도 면밀하게 연구·조사해 두 번 반복은 없도록 할, ‘죽음에서 배울 의무’가 국가에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인가? 아니나 다를까, 제2의 정인이는 끊이질 않고, 부대 내에서 반복된 여군들의 비극에 대한 군의 대책은 말 그대로 ‘말뿐’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인간은 원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라지만, 아무 죄 없는 영아나 시민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가 너무나 만연해있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 문제는 정치적인 것도 아니고, 군 문제나 젠더 이슈와도 거리가 있다. 누구나를 위한 가장 최소한의 정의, 보호망조차 실현하지 못한다면, 정부나 사회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는 것일 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연중무휴로 전문가의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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