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생의 교무실 청소는 인권침해”, 비자발적 청소배정 중단 권고
인권위, “학생의 교무실 청소는 인권침해”, 비자발적 청소배정 중단 권고
  • 강준영 기자
  • 승인 2021.02.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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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뉴스=강준영 기자]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교무실 등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일반적 앵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피진정학교장에게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의 청소를 비자발적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배정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들의 비자발적인 교무실 청소는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들의 비자발적인 교무실 청소는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이를 중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지금까지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공동체 문화 조성 및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 함양”이라는 이유로 학생이 학교 청소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모 중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학생이 사용하지 않는 교장실·교무실까지 청소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행동에 나섰다.

모 중학교(피진정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진정인은 “학교는 학생들에게 1인 1역할을 의무적으로 분담하여 청소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역할 중에는 교무실 청소도 포함되어 있다”며, “교직원을 존경하나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를 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피진정인인 피진정학교의 교장은 “기본적인 교과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교육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감안하여 청소에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한다, 이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학교가 생긴 이래 실시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과 마찬가지로 청소 또한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사료된다”고 학생의 교무실청소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한, 피진정학교를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는 교육청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초 환경을 갖추기 위한 것이 청결과 위생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학생들은 이를 통해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형성하고, 공공질서를 지키며,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예절을 배우게 된다, 책임감·이타정신·봉사정신 등의 덕목도 청소활동을 통해 체득하게 된다”고 학교 청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교무실·교장실 등의 장소에 대한 청소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사에 반해 학생들에게만 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사항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청소 용역 이용, 희망학생들에 의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의 시행 등의 방법으로 깨끗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권장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자문을 담당한 구정화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사전에 그 활동에 대하여 교육적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학생과 협의나 동의 절차 없이 학생에게 교직원 사용 공간에 대하여 청소활동을 하게 하는 것은 교육활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자문에 참여한 강은옥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는 “피진정학교는 법령 및 학칙에 근거를 두지 않고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 혹은 침해하는 조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청소 공간을 배정하여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학교 공간을 청소하게 하는 것은, 그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등의 요건을 전혀 충족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서, 학생들의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을 침해하고, 강제 노동을 하게 하는 등의 결과를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며 피진정학교가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위와 같은 의견을 종합한 인권위는 “교육의 목적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학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청소는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져야 할 생활습관이라는 교육적 의미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청소를 지도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고 학생의 학교 청소가 교육적 의미에서 필요한 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청소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실의 청소나 과학실, 음악실, 미술실 등의 사용 후 뒷정리를 하도록 교육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교무실·교장실 등의 청소를 학생이 담당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에 대하여 학생에게 비자발적 방법으로 청소를 배정하는 것을 중단할 것과 함께, 피진정학교를 관할하고 있는 교육감에게는 피진정학교와 같이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에게 청소시키는 사례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귄위의 권고를 계기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관행 혹은 문화처럼 이어져온 학생들의 학교청소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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