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찬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교육부장관에게 학생의 임신‧출산 시 산전후 요양기간을 보장하고 그 기간 동안의 학업손실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학습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권고는 지난 6월에 접수된 ‘학생이 임신‧출산한 경우에도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위한 요양기간 보장이 필요하다’는 진정에 따라 검토되었다. 해당 진정은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임신‧출산으로 학교를 결석하게 되어 학교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 10대 출산건수는 총 1,300건으로 전체 출산건수의 0.4%를 차지한다. 이 중 19세가 전체 10대 출산건수의 60% 가까이 되며, 중‧고등학교 학령기에 해당하는 17세 이하의 출산건수는 약 21%를 차지한다.
하지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임신 중인 24세 이하 청소년 3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 한부모 110명 중 77.3%가 중졸 이하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학업을 중단한 19세 미만 73명 중 학업중단의 이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사유로는 임신 사실이 주위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그만 둠(50%)와 임신‧출산 때문에(30.1%)가 제일 많았다.
참고기준으로 삼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은 당사국에게 여성에 대해 임신 및 수유기 동안의 적절한 영향 섭취 등 임신과 산후기간에 추가적인 돌봄과 주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도 당사국에게 임산부에게는 분만 전후 적당한 기간 동안 특별한 보호가 부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등에서도 모성보호를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함께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 등을 명시하고 있고, 아동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아동이라는 취약성에 따라 국가와 사회의 특별한 보호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아울러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 5,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도 학교에서의 성교육, 임신기간‧출산 지원서비스, 산후조리의 강화와 양육지원의 보장을 통해 청소년 임신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성이 9개월간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발생한 여러 신체적인 변화는 분만 후 임신 전의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산후 약 6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인권위는 특히, 청소년기의 임신‧출산은 갑작스러운 임신‧출산일 경우가 많고, 학업지속과 양육 부담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큰 혼란과 신체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어 산전후 요양기간을 보장하여 임신‧출산한 학생에게 안정감을 주고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이라는 신분 이전에 여성으로서 어린 나이에 임신‧출산으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회복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등은 임신‧출산으로 인한 학업중단 상황을 질병으로 인한 학업중단 상황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출석으로 인정하거나 휴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대만도 2007년 9월부터 학생에게 출산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학생이 임신‧출산한 경우 위탁교육기관에서 학업중단을 예방하고 산전후 건강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이를 원하지 않고 다니던 학교에서 일정기간 요양 후 학업 등을 지속하기를 원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학교현장은 형식적인 취학을 넘어서 광범위한 인생의 경험 및 개인적, 집단적으로 아동이 그들의 개성과 재능, 능력을 개발하도록 학습과정을 경험하는 곳이다.
이에 인권위는 임신‧출산한 학생에 대한 지원정책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위탁교육기관을 반드시 선택하지 않고도 원래 학교생활에서도 학업유지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학생의 학업유지에 관한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임신‧출산한 학생의 산전후 요양기간 동안의 학업손실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