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철 기자]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는 병역법 조항이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춘천지방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예외 없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게 규정한 ‘병역법 제88조’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2004년 8월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영을 기피하는 현역 입영대상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현역복무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이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또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형사처벌을 받는 불이익을 입게 되나, 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고,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법익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거부가 양심에 근거한 것이든 아니든, 그 양심이 종교적 양심이든, 비종교적 양심이든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일 뿐, 양심이나 종교를 사유로 차별을 가하는 것도 아니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강국ㆍ송두환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사이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하는 우려가 정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통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한다면 이들의 양심의 자유 뿐 아니라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의 확립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재판관은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 중 ‘정당한 사유’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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