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 이유로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처벌하는 향토예비군 설치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0일 예비군 훈련 불참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S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8항에 대해 울산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방의 의무 중 하나인 예비군 훈련의무를 강제함으로써 예비군 전력을 유지하고, 병역의무 부담의 형평성을 기하며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예비군 훈련을 불응한 자들에 대해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예비군 훈련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이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또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 또한 쉽사리 내릴 수 없으므로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예비군 훈련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1년에 약 3회 정도 출퇴근을 하는 형태로써 그 의무이행이 과중하다고 할 수 없는 점, 예비군 훈련은 전역 후 일정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련의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전투수행 교육으로서 예비군복무 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부과될 수밖에 없으므로 1회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하여 나머지 교육훈련 전체를 면제하게 되면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예비군 훈련의 반복적 부과와 그 위반 시 반복적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예비군 훈련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예비군 훈련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경우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익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강국, 송두환 재판관은 “절대적이고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의무를 거부한 청구인들에게 국가의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인 형벌이 부과되고 있으며, 그것도 예비군 훈련의무의 부과횟수에 따라 약 10회 이상의 형사처벌이 반복적으로 부과되고 있다”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형벌부과의 주요근거인 행위와 책임과의 균형적인 비례관계를 과도하게 일탈한 과잉조치”라고 지적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사이비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정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또한 예비군 훈련내용은 하루 내지 3일간의 출퇴근 훈련으로 약 2년간의 병영집체 복무를 해야 하는 현역 복무와 비교할 때 매우 가벼운 것이므로 그 복무의 고역과 등가적인 대체복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현역의 경우에 비해 훨씬 용이해,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를 통해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한다면 이들의 양심의 자유 뿐 아니라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의 확립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 중 ‘정당한 사유’에,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거부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위헌의견을 냈다.
한편,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는 전체 국방력 차원에서 검토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양심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사회 통합의 문제 및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한 선행조건의 충족 여부 등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이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더라도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양심적 예비군 훈련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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