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영진] 파타고니아 빙하의 관문,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
[칼럼 남영진] 파타고니아 빙하의 관문,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
  •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
  • 승인 2018.05.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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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남영진 논설고문]칠레와 아르헨티나 남쪽의 파타고니아빙하와 대초원 지대에는 2-3천 M의 높이로 치솟은 거대한 바위 산군들이 즐비하다. 이 산들에 빙하가 덮여 있고 가장 높은 곳에는 빙하가 쓸고 내려가 맑은 얼굴을 한 높은 산들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남미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또레 델 파이네산, 쏘레 또레 봉우리, 그리고 등산가들의 로망인 피츠로이산 등이다. 빙하는 칠레 쪽에 70%가 남아있어 이 물이 동쪽 태평양으로 흐르고, 30%의 아르헨티나 쪽 빙하 물은 서쪽 팜파스초원을 가로질러 대서양에 이른다.

산록과 빙하가 어우러진 곳이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다양성 보존 지역이 됐다. 이 산록과 초원에는 낙타과에 속하는 야마, 과나코와 사슴 등 초식동물과 육식인 퓨마 그리고 플라맹고 ,독수리 등 조류까지 다양한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2차선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옆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거의 개인 목장이다. 양이 가장 많고 말과 소들도 보인다. 그러나 가끔 야생 과나코 떼도 나타나 이를 농장에서 키워 육식으로 팔기도 한단다.

지난 3월3일 새벽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을 보기위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사는 고교 선배부부와 우리 부부 넷이서 3시간 비행기를 타고 푼타 아레나스 공항에서 내렸다. 시내 한국 라면집에서 신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시외 버스정류장에서 또 3시간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곳이 공원 남쪽입구인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였다. ‘푸에르토’가 스페인어로 항구를 뜻하듯이 빙하가 녹은 물이 만든 호수지역에 원주민들이 살던 장소다.

파타고니아 빙하 앞에서(사진제공=남영진)
파타고니아 빙하 앞에서(사진제공=남영진)

파이네 국립공원 빙하관광은 대부분 호수 밑 도시인 나탈레스에서 배를 타고 시작된다. 빙하지대에서 호수를 따라 남쪽으로 112 KM 떨어진 어촌 마을이다. 숙박시설, 스페인 식 성당과 시청 앞 광장 그리고 등산장비 대여점과 와인 샵,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3일간 양고기, 소고기 구이(ASADO)로 저녁 식사를 먹었다. 현지 맥주와 칠레 소주인 ‘피스코 사워’와 함께 먹는 양고기 구이가 제일 맛은 있었지만 저녁마다 계속 먹으니 기름기가 많아 질린다.

3월4일-6일 3박4일로 칠레 쪽 빙하지대를 여기저기 돌았다. 파타고니아 여행에 가장 무서운 것이 바람이다.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겪게 되어 있어 출발때는 파카에 목도리를 하고 산에 가서는 더워 벗곤 했다. 영어 안내서에도 이곳의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높은 바람에 끝까지 배가 못 갈수 있다’고 쓰여 있다.(,if the unpredictable Patagonian weather permits) 강풍에 어떤 때는 몸을 가누지 못한다 해서 무겁게 배낭을 꾸렸다. TV에서 봤던 유명한 그레이 빙하(GREY GLACIER) 입구다.

TV에서 북극의 빙산(iceberg)이 둥둥 떠다니는 것만 봤지 200만년 이상이 된 만년설이 녹지 않고 쌓여있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이 파타고니아 빙하는 남단에 자리하고 있다. 위쪽 빙하에서 녹은 물은 쪽빛을 자랑하는 크고 작은 호수와 맑은 강물로 흘러들어가 폭포를 이루어 흐른다.

땅에는 바람에 맞서는 초원이 펼쳐져 있고 높이 올라갈수록 나무숲들이 있다. 올려다보면 안데스 콘도르, 검은 대머리수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이 코스를 걸어서 완주하려면 8~10일 정도 걸린다. 그래서 페오에 (PEOE)호수 배를 타고 중간 중간 들렀다. 1887년 독일의 헤르만 에벤하트 선장이 이끄는 탐험대가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해협을 찾아 나설 때 명명했다는 ‘마지막 희망’(Ultima Esperanza) 피요르드가 오른쪽 절벽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주(州) 이름도 같다.

첫날 새벽 작은 차량들이 각 호텔을 돌며 손님을 태워 큰 차에 옮겨나고 보리에스(bories)라는 포구에서 ‘록카’(ROCA. 바위)라는 이름의 큰 배에 올랐다. 오전 8시에 출발해 손님이 적을 줄 알았는데 벌써 70-80여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배안에 꽉 찼다. 배를 타고 그레이 빙하와 발마세다(BALMACEDA)산 (고도2,035M)으로 향하는 베르데(VERDE.초록색)호수, 그레이(GREY, 회색)호수로 가는 길의 푸른 물빛을 갈랐다. 빙하가 녹아 석회질이 섞여 회색빛이 비치는 쪽빛이다.

중간 중간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얼음덩어리와 투명한 빙산조각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출발부터 좀 바람이 불더니 30여분 달리니 호수에 파도가 심해졌다. ‘마지막 희망’ 절벽을 옆으로 지나고 펭귄 같은 새들이 모여 있는 바위 턱 에스탄시아 마고트(Estancia Margot)를 지나자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조그만 오두막도 호수가 언덕에 보였다. 이 호수가 모여 해협을 타고 마젤란해협으로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연결된다니 신기했다.

그레이 빙하 입구(사진제공=남영진)
그레이 빙하 입구(사진제공=남영진)

2시간여의 뱃길에 드디어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그레이 빙하 바로 밑에 도착했다. 5-6M 하얀 빙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200만 년 전 빙하기에 내린 문들이 쌓여 응축돼 바위 같은 빙하가 되고 지금까지 녹아내려 절벽을 이룬 것이다. 상부의 압력으로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가 땅을 만나면 밑의 돌과 흙 등을 쓸고나가 깎아지른 절벽을 만든다. 그 위로는 거대한 그레이 빙하가 거의 눈이 멀 것 같은 흰 빛에 파란 빛을 더한다. 지도상엔 위에 푼타 푸마(Punta Puma) 빙하도 있다.

비바람으로 그레이호수 진입을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선장은 미안하다며 귀선 길에 모든 승객에게 빙하얼음을 넣은 ‘온더락’(ON THE ROCK) 양주잔을 돌렸다. 갈색 양주에 떠있는 파란 투명체의 2개의 빙하얼음. 특별한 술맛 체험이었다. 얼음이 잘 녹지 않아 천천히 한잔씩 마시며 “200만년 된 얼음이니 녹는 것도 오래 걸린다.”며 농담을 했다. 귀로에 갈 때 지나쳤던 원주민 어부들이 사용하던 집 앞에서 내렸다. 이 어부 식당에서 또 양고기 점심을 먹었다. 처음 뭍에 내려 세라노 빙하(Serrano glacier)까지 꼬불꼬불 비오는 산길을 1시간 걸어갔다 오니 땀도 났고 술기운이 퍼져 ‘기분 좋은 피곤함’이 몰려와 1시간 귀로에 배안에서 푹 잤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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