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영찬 기자]지난 2015년 12월28일 타결된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개월간 2014년 4월 제1차 국장급 협의부터 2015년 12월 합의 발표까지 관계부처 주요 자료를 검토하고 핵심 관계자에 대한 면담을 진행한 결과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안부 TF에 따르면, 당시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 간 고위급 협의 개시 2개월 만에 대부분 쟁점을 타결, 잠정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 사죄, 금전적 조치와 같은 세 가지 핵심사항 외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소녀상 문제, 국제사회에서의 상호 비난·비판 자제의 항목이 들어있다.
특히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측 희망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이면 합의인 셈이어서 파문이 일 전망이다.
비공개 내용은 외교장관회담 비공개 언급, 재단 설립에 관한 조치, 재단 설립에 관한 논의 기록, 발표 내용에 관한 언론 질문 때 응답 요령 등이다.
위안부 TF는 “비공개 언급 내용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제3국 기림비, 성노예 용어 등 국내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비공개 언급 내용은 일본 측이 먼저 발언을 하고 한국 쪽이 대응하는 형식이었다.
당시 일본 측은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이므로 정대협 측 각종 단체 등이 불만을 표명하면 한국 정부는 동조하지 않고 설득해 주길 바란다며 소녀상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의 착실한 실시가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관련 단체 등의 이견 표명이 있으면 설득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밝혔다.
제3국 기림비 문제 등과 관련해서 일본 측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우리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지원함이 없이 향후 한일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함”이라고 대응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공개된 내용 이외의 합의 사항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대해 소녀상과 관련해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부담 요소로 작용하는 정대협 설득, 제3국 기림비, ‘성노예’ 표현과 관련한 비공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점이다.
위안부 TF는 “공개 부분 외에도 한국 쪽에 일방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비공개로 포함돼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한국은 협상 초기부터 위안부 피해자 단체와 관련한 내용을 비공개로 받아들였는데 이는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정부 중심으로 합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변인은 “당시 합의가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충분한 협의나 동의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주도한 밀실 합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이는 2015년 12월 발표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문제로 내용뿐 아니라 절차적인 면에서도 잘못됐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는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어느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채 효력을 잃은 것”이라며 “이는 ‘주고받기식’ 협상 과정에서 초래된 왜곡된 외교의 결과”라고 했다.
백 대변인은 “지난달 유엔인권이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에 성의 있는 사죄와 보상을 권고했으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요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권고안은 피해자 측의 3대 핵심 요구 사항인 일본 정부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의 관점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한일 양국의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백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보고서 내용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각, 관련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 향후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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