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김영찬 기자]미국 의회와 원자력계는 ‘한국형 원전’으로 불리는 APR-1400이 미국(웨스팅하우스의 전신인 CE社)이 만든 설계에 기반을 두고 있어 독자적 수출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대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해 100% 기술자립에 성공, 미국의 수출 통제 없이도 독자적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주장에 반하는 것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해외 수출 시 미국 측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4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산자중기위·부산 남구을)의원이 공개한 미국 의회 조사국(CRS) 보고서 ‘세계 원자력 에너지 시장에서 한미협력을 위한 주요 정책적 고려사항(2010, 2013)’에 따르면, 저자인 마크 홀트(Mark Holt) 박사는 “한국형 원전(APR-1400) 건설에 사용된 대부분의 미국 기술들이 한국에 성공적으로 이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웨스팅하우스는 여전히 한국형 표준 원전을 자사의 라이선스 제품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PR-1400이 미국 설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 규제가 지속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술을 개발한 웨스팅하우스 측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박 의원이 확보한 공식 증언록에 따르면, 대니얼 립먼 웨스팅하우스 수석부사장은 2012년 6월 미 하원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APR-1400 설계는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한수원은 원자로 냉각펌프(RCP)와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원전 설계코드 등 이른바 원전의 3대 핵심기술을 개발해 100% 기술 자립에 성공했기 때문에 독자적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 등록된 관련 특허는 단 2건 뿐이다. 한수원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RCP기술 관련 특허는 11건으로, 모두 국내에서 출원한 것이다. MMIS기술 역시 총 58건 중 56건이 국내특허이며,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의 스텝 동작 시퀀스 확인방법(Method for recognizing step movement sequence of control rod drive mechanism of nuclear reactor)’등 단 2건만 미국에서 출원했다.
원전설계 핵심코드 관련 특허도 국내에서 출원한 ‘열수력 안전해석코드를 이용한 원자로 노심 평가방법’이 유일해 원전 수출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0년 1월 제9차 에너지 협력외교지원협의회 안건으로 논의된 한전의 ‘UAE 원전수주 성공요인 분석 및 향후과제’문건을 보면, 당시 한전은 “해외 원전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정부과제(NUTEC 2012)를 미자립 핵심기술의 조기 확보를 추진중”이라면서 “원천기술 논쟁의 소지가 없는 신형원전 AP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박재호 의원은 “이대로라면, 한전과 한수원은 3대 핵심기술을 확보하더라도, APR1-1400이 원천기술 논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단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한국의 원전 수출 문제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부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우리 기술력 수준을 과신하거나 맹신하지 말고 안전비용 증가로 인한 리스크, 수익성, 소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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