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원은정 기자]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혁명의 촉진자에 해당하는 핵심 요소기술을 조속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의 R&D 현황 국제비교’ 리포트에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에 대한 연구개발에서 앞선 국가일수록 핵심 요소기술의 획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핵심 요소기술은 근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산업으로부터 도출된다. 따라서 어느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인가를 파악하려면 국가별로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의 R&D 현황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산업정책실 이재호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EU 등 선도국에 비해 매우 뒤쳐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술평가 점수에 있어서 미국은 모든 산업부문에서 100점에 가까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본과 EU도 대부분의 산업에서 90점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에 한국의 종합점수는 77.4점에 불과했으며 기반산업별로도 선도국 대비 기술 격차가 20점 이상으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T 서비스, 바이오·의료, 통신 서비스 순으로 기술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특허 국제비교 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표인 삼극특허를 기준으로 살펴본 특허등록 건수도 선도국보다 매우 저조했다. 일본과 미국이 각각 5000건 이상, 독일이 1000건 이상 삼극특허를 등록했지만, 한국은 750건에 불과했다. 전자, 기계장비 부문에서는 일본, IT 서비스, 바이오·의료 부문에서는 미국이 가장 많은 특허를 등록했다. 한국은 전분야에서 특허등록이 부진했지만, 특히 IT 서비스 부문에서는 중국에도 뒤지는 등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IT 서비스, 바이오·의료, 통신 서비스 등 신산업 분야의 R&D 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일본, 독일은 제조와 서비스에 균형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대부분의 투자가 제조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자 부문에 집중됐다. 최대 투자국 대비 상대적인 투자액 비율은 전자는 43.1%에 달했지만, IT 서비스는 1.7%, 바이오·의료는 2.3%, 통신 서비스는 13.1%에 그쳤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 연구인력 중 서비스 부문의 인력 비중은 4.5%에 불과해 주요국 중에 가장 낮았다. 서비스 부문 연구인력의 질적인 수준도 높지 않았는데 IT 분야에서 고급인력 비중은 9.5%로 미국(32.4%)은 물론 중국(20.2%)에도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지원금도 부진했다. 기업 R&D에 대한 전체 정부지원 규모는 매우 높은 수준이나 제조 부문에 크게 편중돼 있고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지원은 부진했다. 유럽 국가들은 서비스 부문 지원 비중이 높았다. 특히 독일은 IT 서비스에 대한 지원 비중이 27.5%로 주요국 중에 가장 높았다. 반면 한국은 정부지원금 중 IT 서비스가 5.0%, 통신 서비스가 0.4%를 차지하는 등 서비스 부문의 비중이 합계 5.4%로 낮은 수준이었다.
이재호 연구위원은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반산업 전반에 대한 균형 있는 R&D 투자와 연구인력 양성, 핵심 요소기술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 보강, 사회적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4차 산업혁명 기반산업 중 R&D 투자가 부진한 IT 서비스, 통신 서비스, 바이오·의료 부문의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해당 분야에 대한 R&D 지원금 규모를 확대하고 규제, 금융, 세제 측면의 다양한 혜택을 검토해야 한다. 또 기반산업 각 부문에 걸쳐 연구 인력의 양적·질적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인력양성 시스템에서 벗어나 서비스 연구인력의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은 스마트 공장 보급·확산 사업, 스마트 시티 사업 등 수용자에 해당하는 응용기술에 편중돼 왔다. 4차 산업혁명의 선도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촉진자에 해당하는 핵심 요소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및 산업육성과 함께 법·제도, 노동, 교육, 복지, 문화 등 사회적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확충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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