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품이 생필품이 되기까지 숨은 뒷얘기를 찾아
발명품이 생필품이 되기까지 숨은 뒷얘기를 찾아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5.03.31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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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익숙한 생필품도 한때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에브리뉴스=윤진석 기자] ‘당신의 상상력이 현실이 됩니다.’ 2015년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을 준비 중인 한국발명진흥회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문구이다.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블루오선 영역인 발명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주전자, 칫솔 등 생활필수품도 한때는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한국발명진흥회에 나온 자료를 토대로 우리에게 익숙한 발명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숨은 뒷얘기를 일화로 정리해봤다.<편집자주>

▲진공청소기 신제품 전시회 살펴보는 관람객들ⓒ뉴시스

진공청소기

1901년 영국의 기계기술자인 허버트 세실 부스는 어느 날 한 기계 전시회에 가게 되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는 중 그의 눈에 띈 제품이 있었는데 그것은 먼지를 불어서 날려버리는 기계였다. 먼지를 날려 먼 곳으로 보내버리면 이 주위는 좋겠지만, 날아간 먼지들은 결국 또 주위를 맴돌 거 아닌가?  먼지를 날려 보내는 기계를 유심히 관찰한 허버트는 이런 우려를 하며, 그날 이후 집에 돌아가 뭔가 좀 더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른 뒤 드디어 허버트는 먼지 날리는 기계와는 전혀 반대되는 원리로 작동되는 기계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먼지를 빨아들이는 기계였던 셈. 그런데 초기에는 그 크기와 소리가 엄청나게 큰 지라 일반 가정에서는 사용될 수 없었고, 대신 청소서비스용으로 사용되어졌다. 그러던 청소기가 이제는 알아서 척척 청소하는 아담사이즈의 로봇진공청소기로까지 발전되었으니 하늘로 올라간 허버트로서는 사뭇 감회가 새로울 터다.

지퍼 story

일명 자끄라고도 일컫는 지퍼는, 옷은 말할 것도 없고 신발이며, 모자, 가방 등의 활용도를 생각해 볼 때 그 범위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의 육군중령이었던 워커. 그는 1983년 시카고 박람회에 출품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지퍼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 이 지퍼는 쉽게 풀어지는 구두끈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트슨이라는 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진 발명품이었다. 워커 중령은 지퍼를 보면서 경제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판단했고 곧바로 지트슨의 지퍼를 사게 되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지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값싼 제품으로 만들어 대중화시키기에는 지퍼의 구조 자체가 여간 복잡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란 없다는 생각에 이후 워커는 무려 19년간이나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기 시작했고 결국 대중화될 수 있는 지퍼를 고안해 낼 수 있었다. 근데 문제는 혁신적인 지퍼의 출현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는 것이다. 공들인 시간들이 한 순간에 무의미해져버리고 만 워커는 결국 자신이 발명해 낸 지퍼를 팔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브루클린에 사는 어느 양복점 주인이 구두끈으로 쓰이는 지퍼를 발견했고, 지퍼의 훌륭한 장점을 알아본 그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워커의 기계를 사게 되었다. 이후 워커와 달리 의류에 지퍼를 달면 좋겠다고 생각한 양복점 주인은 1921년 굿리치라는 회사를 설립,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점퍼에 지퍼를 붙여 상품화하기 시작했고 대성공할 수 있었다.

▲치약ⓒ에브리뉴스

튜브형 치약은 어떻게?

처음부터 치약은 튜브형 치약이었을까? 아니다. 처음에 치약은 단지에 담겨 사용되었다. 그런데 단지에 담겨서 사용하다 보니,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위생상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개인용 치약단지를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여러 사람들이 매일 두 세 번씩 단지에 칫솔을 갖다 대니, 상당 양의 침이 함께 섞여 있는 것은 당연할 터. 이에 워싱턴 웬스워드 쉐필드 박사는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박사는 ‘옳지! 바로 그거다!’ 하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즉 박사는 화가들이 튜브에 담긴 유화물감을 짜내는 모습에서 치약이 나오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대체 상상해 본 것이었다. 이후 박사가 만들어낸 튜브형 치약은 편리하고 위생적인 관계로 일약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보온병

대부분이 난로 위에 철통 도시락을 올려놓으며 데우고 있을 때, 유독 부럽게 여겨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보온도시락을 싸들고 온 몇몇 친구들의 여유만만 행동이다. 이 보온병이 고안된 것은 1881년도 바인홀트에 의해서였고, 이후 1890년 듀바에 의해 개량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면서, 보온병은 어떻게 처음의 따스한 온도로 유지돼는 것일까? 쉽게 예를 들어 에스키모인들이 이글루라는 얼음집에서 살 경우 그 안은 우리의 생각처럼 그리 춥지 않다. 이는 우리 몸에서 나온 열이 흰 얼음벽을 맞고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보온병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즉 처음의 음식이 가지고 있는 열을 되돌리기 위해 이중 막을 설치했는데, 그것이 반사될 수 있도록 거울형태의 막인 것이다.

처음엔 바인홀트에 의해, 나중엔 듀바에 의해 발명된 보온병은 대략 알고는 있지만 무심히 지나치는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플러그를 꽂지 않고도 따스함을 유지해주는 발명품을 개발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보다 편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인류가 생존에 생존을 거듭하기 위해 악조건속인 자연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위대한 불을 발견해낸 것처럼 발명이란 결국 필요에 의한, 생활의 발견이자, 우연에 의해서든, 실수에 의해서든 결과적으로는 지대한 노력의 결과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생활 곳곳이 모두 발명탄생의 원천이요 영감이다. 한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발명품이었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발명품들, 그리고 미래의 또 다른 필수품으로 탄생할 잠재된 예비 발명품들. 어쩌면 우리 중 한 명이 그 발명품을 고안해내게 될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는 가운데, 신기술과 신경제를 이끌어갈 그런 모든 발명품들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수세식변기

아직도 시골에 가면 재래식 변소를 볼 수 있다. 가끔 애벌레가 변기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는 것을 비롯해 암모니아 냄새가 숨 막히게 진동하는 재래식변소는 친환경적이고 향토적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좋은 점도 있지만, 쾌적하고 편한 것으로 따지면 현재로서는 수세식 변기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편안하게 앉아 신문을 훑어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주게 된 수세식변기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은 조 브라마라는 영국인 기술자 때문이었다. 24살에 런던으로 상경한 브라마는 솜씨가 좋아 이곳저곳에서 일거리를 많이 얻어오기는 했으나,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원했다. 그러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화장실이었다.

당시는 부자들조차 ‘제리코’(먼 곳이라는 뜻)라는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사용하였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도심의 일반 가정엔 그런 제리코조차 없어서 집 아래로 지나가는 통행인들에게 “가디르”(소변주의라는 뜻)라고 외치며 오물을 그냥 그대로 버리곤 했다. 이런 광경을 본 브라마가 고안해 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수세식 변기였고, 이 새로운 구조의 수세식 변기를 1797년까지 6천여 개 이상이나 팔아 대단한 거부가 되었다고 한다.

주전자 뚜껑 구멍

주전자 뚜껑 구멍도 분명 발명에 해당하는 아이디어 기술이다. 단지 주전자 뚜껑에 구멍하나 뚫었을 뿐인데, 이제는 모든 주전자마다 구멍이 뚫려 나오니 그 씀씀이의 보편화 또한 대단한 셈이다. 주전자 뚜껑 구멍을 발견한 사람은 일본의 후쿠에이라는 회사원이었다. 발명가도 아닌 그가 어떤 계기로 주전자 뚜껑에 구멍을 뚫게 되었을까.

때는 겨울이었다. 감기몸살로 앓아 누워버린 후쿠에이는 ‘덜컹’ ‘덜컹’ ‘칙칙’ ‘칙칙’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주전자 소리 때문에 그만, 제대로 누워있지 못한 채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그것은 주전자 속의 수중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내는 아우성 같은 소리였다. 후쿠에이는 잠시 갈등했다.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를 바닥에 내려놓자니, 금세 물이 차가워질 것은 분명하다. 또 그대로 난로 위에 올려놓자니 따스한 물은 마실 수 있어도 누워있는 내내 귀가 따갑도록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 걸 감수해야 했다. 점점 머리가 복잡해지고 예민해져버린 후쿠에이. 그런데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한 가지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송곳이었다.

순간, 화가치민 후쿠에이는 송곳을 번쩍 들어서는 주전자 뚜껑을 향해 그만 내리꽂고 말았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후쿠에이는 별 생각 없이 다시 잠을 청하게 된다. 그 후 ‘아, 정말 편하게 잤다’라고 생각하며 방에서 일어난 후쿠에이는 ‘잠깐, 그런데 주전자 소리가 왜 안 난거지?’라는 의문이 생겼고 서둘러 주전자 쪽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구멍 하나 뚫려있을 뿐인데 주전자가 너무도 얌전하게 난로위에 있는 것이었다.

후쿠에이는 이를 보며 “그래, 바로 이거야! 라고 생각하며 모든 주전자에 구멍을 뚫으면 되는 거야”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된다. 이후 주전자 구멍을 뚫는 것에 대한 특허출원을 하게 된 후쿠에이. 이러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그의 생각대로, 어느 순간부터 모든 주전자 뚜껑에 구멍이 뚫려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발명이란 의외로 작은 발견에서, 또 단순한 원리에서부터 탄생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일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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