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 논란 ‘시끌’…최악의 혹평은 어디?
이명박 회고록 논란 ‘시끌’…최악의 혹평은 어디?
  • 연미란 기자
  • 승인 2015.01.30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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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

[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정재계와 언론, 여론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쓰면서 ‘사실에 근거할 것·솔직할 것·후대에 참고가 될 것’ 등 세 가지 원칙을 세웠지만 세간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는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가장 뜨거운 곳은 역시 정치권이다.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이지만 그 차이가 2년에 불과해 여야, 청와대가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반응을 달리 내 놓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공식적인 입장은 함구한채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엇갈린 반응을 내 놓고 있다. 현재 권력인 친박계 의원들은 세종시 부결사태나 남북관계 비사를 다룬 회고록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회고록이 ‘사실’이라는 데 초점을 두고 ‘역사적 사료’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으로 입장 발표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자원외교 비리와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회피를 위한 궤변일 뿐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이 문제가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을 위한 일종의 물타기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자원외교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도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회고록 내용을 보면서 ‘이 전 대통령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직접 28번의 VIP 자원외교에 나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당사자임에도 발뺌하는 것은 한 전 총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국조 증인으로 나설 것을 압박했다.

청와대에서도 세종시 부결사태나 남북관계의 비사를 다룬 회고록을 놓고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퇴임 이후 2년 만에 등장한 회고록으로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의 충돌은 물론 당내 친이-친박으로 나뉜 계파갈등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불과 4∼5년 전 이뤄진 남북간 비밀접촉의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북한이 먼저 남북정상회담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거액의 현금과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에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측 관계자는 기자실을 찾아 세종시 추진이 2007년 대선공약이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도 세종시 공약 이행을 약속하면서 박 대통령의 유세 지원을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즉,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수정안을 반대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해석은 정치공학적이고 국가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 셈이다.

청와대는 불과 4~5년 전의 남북관계를 드러낸 데 대해서도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비사가)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언론에서 많이 있고, 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출간이 되기도 전에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짚고 넘어가려는 것은 잇따라 추락하는 지지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해 조기 레임덕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치적 거세를 당할 경우 국정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다.

▲ ⓒJTBC 뉴스룸 캡처

언론도 내용이나 시기나 모두 부적절했다는 반응이다. 특히 JTBC는 뉴스룸을 통해 보다 강도높게 비판을 이었다. 뉴스룸 2부 앵커브리핑에서 앵커 손석희는 이날의 단어로 ‘파이프’를 선정,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을 거론한 뒤 “파이프를 그린 것이 확실한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되어있습니다”라며 “파이프를 그린 그림이 실제 파이프가 아니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회고록이지만 회고록이 아니다’”라고 혹평했다.

또 “진솔한 회고록을 낼 수 없는, 어쩌면 내서도 안 되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 즉 허상에 속지 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이 생전,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한 말을 빌려 회고록에 사실과 진실이 담겨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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