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 최고경영층의 의지를 적극 반영했다는 내용의 ‘경영진단 의견서(2차 3차 구조조정안)’ 원본이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사측은 문건의 진위여부에 대해서 함구한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오전 7시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이 문건은 ‘언론 노출에 절대 주의할 것’이라는 경고 아래 “최고경영층의 의지를 적극 반영하였으며, 1차보다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각 사업본부 법 시행 준비 철저 및 대상자 선정 작업에 만전을 기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조합원은 형광 불빛에 반사돼 다소 흐릿한 원본 사진 속 내용을 최대한 복원했다.
복원된 구조조정안에는 2차, 3차 인력감축 대상자가 분리돼 있다. 이에 따르면 2차 인력감축대상자는 ▲11년 이상 근속 ▲사무직(4급, 5급만 해당, 사원계약직 제외) ▲여성 직원 중 상반기 평가등급 B이하인 자 ▲서무직 수시 업무 점검 평가 2회 이상 부재중인 자 등의 항목 중 2가지 이상 해당되는 경우가 우선 선정된다. 특히 서무직 수시 업무 점검을 평가하는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라는 지시도 들어 있다. 이로 인한 공석 중 절반은 계약직으로 선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3차 인력감축은 ▲14년 이상 근속 ▲차장(연구원은 책임연구원) 8년차 이상 ▲1961년 이전 출생자 ▲부장(연구 조직원은 ‘수석조직원’, ‘부장 대우’ 제외) 6년차 이상 ▲부서장 평가 ‘성적 하위 30%’ 등의 항목 중 2가지 이상 해당되는 경우 우선 선정된다.
이 글을 올린 조합원은 “이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라며 “우리가 뒷짐지고 현장의 행태를 지켜 보고만 있다면 아무 것도 변할 수 없다는 명심하길 바란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 소식을 접한 다른 노조원들도 “(사무직 인력 감축이 정리되면) 생산직에도 칼끝을 들이댈지 모른다”, “3차(인력감축 대상자)는 2가지 이상이라지만 14년 이상 근속이 거의 해당되는 셈”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일반직 구조조정으로 분위기를 확산시켜 2월 5일 통상임금 소송 선고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속셈”이라며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사측은 “진위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현대중공업은 경영 정상화와 조직 개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인력 감축에 나섰다.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인 희망퇴직 대상자는 1960년생 이전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여 명으로, 면담을 통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인력구조 개선’이라고 부르는 희망퇴직 대상자는 ▲직무경고자 ▲직급정년 ▲장기승진 누락자 ▲과장급이상(55세 이상) ▲저 성과자 ▲2014년 하반기 성과평가 저조자 등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일반 사무직 노조(위원장 우남용)는 2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노조창립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가 부실경영의 책임을 일반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구조조정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정리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직 노조 출범으로 현대중공업은 1987년 생산직 노조 설립 후 처음 복수노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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