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오리온이 질소과자 논란을 의식한 듯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과업계의 관행인 과대포장, 이른바 ‘질소과자’로부터 탈피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10일 제품포장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2개월간의 준비 끝에 2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1차 포장재 개선 방안을 확정해 실행한다”고 발표했다. 과대포장을 줄이고 남는 공간에 내용물을 추가해 중량을 늘리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업계로선 최초시도다. 현재 환경부가 정한 ‘봉투 포장 과자류(스낵류)’의 포장재 내부 빈 공간 비율은 35%다. 오리온은 이보다 10% 더 줄인 25%로 내부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오리온 측은 과대 포장을 줄일 경우 “완충재 최소화로 연간 80톤의 종이를 아끼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비용 절감분으로 과자의 양을 늘리고 품질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역으로 80톤의 종이를 아끼지 못했고, 그 비용은 비효율적으로 운용됐음을 고백한 셈이다.
그간 제과 업계는 ‘내용물 파손과 변질을 막기위해서’라는 해명으로 과대포장 관행에 동의해 왔다. 당시 업계는 이에 대해 “정부기준을 맞췄을 뿐”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수입과자의 포장상태가 맞춤형인 것을 근거로 국내 제과업계가 꼼수를 부린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대학생들이 과대포장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과자봉지 뗏목으로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장규격은 줄이고, 내용물 중량은 늘리는’ 오리온의 발표는 그간 제과업계의 상술을 인정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부 기준 때문’이라는 해명으로 교모하게 상황을 모면했던 제과업계로선 오리온의 이날 발표는 반란이자 고백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과업계를 향한 반란’이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다른 제과 업계를 비방할 생각은 없다”며 “단지 우리나라 제과 업계가 좀 더 고객 지향적인 제품 생산과 걸맞는 행동을 하겠다는 의지의 측면에서 혁신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 제과업계 “과대포장 줄이기 이미 시행 중” 시큰둥
실제 타 제과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국내 최대 제과회사인 롯데제과와 최근 ‘대장균 시리얼’로 홍역을 겪은 크라운제과(해태)는 “과대포장 줄이기는 이미 시행 중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환경부 지침이후 지난해 7월 1일부터 과대포장 줄이기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정부기준(35%)보다도 훨씬 낮춰서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라운제과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6월 관련법 규정이 강화된 이후, 규정(35%)보다 낮게 시행하고 있다”며 “저희로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관련 업계 모두 외국포장에 비해 유독 국내 포장이 ‘더 넉넉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여전히 ‘국내 기준’에 충실하다는 게 유일한 근거다.
과대포장 규격을 줄인 이후 내용물 파손이 많냐는 질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내용물 파손도, 변질도 과대포장의 이유가 아니라면 ‘질소 과자’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과대포장을 한 까닭은 뭘까.
오리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입과자가 맞춤형인 이유는) 그런 과자들만 있기 때문”이라고 다소 간단한 답변을 들려줬다. 수입과자가 비스킷류 등 단단한 과자들이 많아 내용물을 감싸기만 해도 제품 보호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수입과자 중 ‘양 많은 얇은 감자칩’에 대해선 “그 제품들은 국내 제품보다 칩의 두께가 두꺼워 서로 부딪쳐 부서질 일이 적은 편”이라며 “국내 감자칩 제품은 매우 얇아서 부서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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