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압수수색에도 꼼짝않던 동서식품(사장 이광복)이 결국 사과했다.
동서식품은 17일 ‘동서식품 시리얼 자발적 회수 안내’ 사과문을 통해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 ‘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포스트아몬드후레이크’ 이상 4개 품목의 특정 유통기한 제품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금지를 요청 받아 즉시 조치했습니다”라며 “고객 여러분들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하여 아래의 대상 제품을 자발적으로 회수하여 폐기하기로 하였습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사과문은 최초 보도(10.13) 이후 약 5일 만이다.
그러나 앞서 크라운제과가 미생물 초과 검출된 ‘유기농웨하스’ 논란이 인 바로 바음날 사과문을 게시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게다가 크라운제과가 논란이 되는 ‘미생물 초과 검출’과 관련된 언급을 엉성하게나마 설명한 것과 달리 동서식품은 제품회수의 이유에 대해선 끝까지 함구했다.
사과는 하지만 ‘대장균군을 섞어 완제품을 생산하다가 적발됐다’는 회수 이유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5일간 4개 제품의 유통·판매가 금지되고, 압수수색을 두 차례 겪으면서도 꼼짝않던 동서식품이 이토록 영혼없는 사과에 나선 이유가 뭘까.
동서식품에 대한 기사 흐름을 보면 의문이 풀린다. 최초 보도된 13일부터 16일 낮까지 동서식품과 관련 기사 내용은 대부분 ‘대장균 시리얼’, ‘압수수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동서식품은 대장균군 논란과 관련해선 몇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4일 오전엔 “대장균 같은 경우는 생활 도처에 엄청 많이 있다. 그런 것들에 (시리얼 제품이) 오염되면 버리기 너무 아깝다. 거기서 재가공이 들어간다.”고, 같은 날 오후엔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이라는 식이다.
이날 밝힌 입장은 잇따른 기사에서도 해명 내지 변명이 되는 데 유효했다.
그러나 16일 오후 나온 기사의 흐름은 대장균, 압수수색 등을 벗어나 ‘매출 하락’으로 귀결됐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매출 반토막-경쟁사 반사이익’ 등을 다룬 보도는 매출 하락을 두려워하는 기업에게서 결국 사과문을 이끌어냈다.
이제라도 사과문이 나온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영혼없는 사과는 매출타격이 두려운 기업의 ‘질소 과자봉지’ 즉 꼼수에 불과하다. 겉은 그럴듯 하지만 속엔 아무 것도 든 게 없다는 말이다.
동서식품 임직원 일동은 사과문을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동서식품은 이번 일을 자성의 기회로 삼고, 이전보다 더 소비자의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는 책임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거듭 사과 드립니다.”
임직원들은 과연 ‘이번 일’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알고 있을까. 무엇을 잘못했는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거듭난다는 걸까.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