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하반기 정국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기업인 사면’에 총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살리기’를 고리로 기업 총수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재벌 총수 불관용’을 원칙을 고수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연말 특별사면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드릴 말씀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법과 경제의 리더격인 두 사람의 이 같은 발언이 여론 떠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기업인 사면이 이뤄질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에 집중될 전망이어서 친(親)재벌 행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 타기업 ‘침묵’ 일로…CJ그룹, 활발한 투자 움직임 왜?
이 가운데 CJ그룹의 움직임이 단연 눈에 띄고 있다. 기업인 사면에 대한 비판여론으로 침묵행보를 보이는 타기업과 달리 CJ그룹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면권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투자에 차질을 빚어왔다는 볼멘 소리와 달리 1,800억 원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이 같은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J는 사면권 발언(9월24일)이 나온 지 5일만인 지난달 29일 “남산 본사에서 그룹경영위원회를 열고 군산과 목포 지역에 현대식 항만과 친환경 하역시설을 개발하는 데 총 1천86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수 공백이라는 그룹 최대 위기로 불가피하게 올해 투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침체된 내수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울수록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평소 신념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경제살리기에 노력한다면 사면(赦免)기회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의도적인 편승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인을 지나치게 엄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안 된다”며 힘을 실어줬다.
◆ 박근혜 대통령, 원칙과 신뢰 vs 총수 구하기…선택은?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년차까지 재벌 총수 사면권에 불관용을 유지해왔다. 올해 1월 28일 단행한 첫 특사가 생계형 사범에 집중되면서 원칙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박 대통령의 이미지 역시 견고해졌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고유 권한인 특사를 함부로 휘두르지 않으면서 여야로부터 환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교안 장관을 시작으로 하반기 정국을 강타한 ‘기업 총수 사면권’이 최경환 장관으로 번지면서 재계 지각마저 흔들고 있다. 그간 대통령 특사가 정경유착(政經癒着)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총수 사면 얘기가 나온 후 CJ그룹의 투자 행보나 여타 기업들이 침묵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정부와 발을 맞추거나 여론재판에 오르지 않도록 눈칫밥을 먹고 있다는 얘기다. 모두 사면권을 받는 데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물론 박 대통령 입으로 기업인 사면에 대해 언급한 바는 아직 없다. 하지만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장관을 내세워 여론 동향을 살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무게감이 실리는 상황이다.
야권 일각에선 대기업 총수 사면과 투자와 고용을 맞바꾸려는 의도적 전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 부총리의 경제활성화에 발맞춰 ‘초이 노믹스’를 실현시키려는 전략이 밑바탕에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는 원칙과 신뢰를 고수했던 박 대통령도 결국 정경유착의 고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일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사면권은 경제 살리기 측면에서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매우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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