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정부가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 및 주택 활성화를 명목으로 내세운 ‘9.1부동산대책’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방안이 신규아파트 분양 활성화라는 측면에 가려진 데다, 재건축 연한 단축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1일 ‘9.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논란의 핵심은 재건축 연한 단축이다. 정부는 재건축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다. 안전상의 문제가 없어도 주거 환경이 불편한 경우 주민의 동의를 거쳐 재건축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불편한 주거 환경이란 주차장 수, 배관, 층간 소음, 에너지 효율, 노약자 생활 개선 등으로 대부분의 아파트가 주민동의를 구하면 가능한 사항들이다. 사실상 연한을 넘긴 아파트들이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아파트 구조상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연한 이전에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예컨대 1980대 후반에서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재건축 시기를 2~10년 정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 아파트에서 930개 단지, 약 32만여 가구가 혜택을 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특정 지역에 혜택이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서울 지역에선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 강남 일대가 주요 혜택 지역으로 꼽힌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우려와 관련, “(재건축연한 단축 대상은) 서울시에서 총 25만 호쯤 되며 강남 3구는 15%가 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서울시 전체적으로 골고루 영향을 주게 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의 일축에도 불구, 이 같은 정책이 주택 투기를 부추겨 서민 주택 안정은 커녕 내집 마련의 꿈도 못꾸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관련, “'서민주거안정'이라기보다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매행위,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관련 모든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지적한 뒤 "정부가 말하는 '민생'은 서민주거안정이 아니라 강남 중심의 경기부양이란 사실을 '9·1 부동산 대책'으로 입증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우윤근 새정련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정부에 묻고 싶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28번이나 규제완화 부동산대책을 내놓았고, 박근혜 정부 2년도 안 돼 7번째 규제 폐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왜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이고 서민들 전월세난은 계속 악화일로인지 답변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원장도 건설사와 투기세력 지원에 초점을 맞춘 주택거래 활성하라고 비판에 나섰다.
박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대책처럼 재건축연한과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면 재건축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가 용이한 강남 3구와 목동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단기적인 집값 띄우기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정작 야당과 시민사회가 오랜 동안 주장해 왔던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과 같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뿐만 아니라 최근 LTV·DTI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이렇다 할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성명서를 내고 이번 대책이 서민안정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으로 정할 때,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었다”면서 “아파트 등 주택 건설 기술의 발전으로 내구성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재건축 연한 강화의 필요성까지 고려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이같은 규제 완화로 불필요한 건설비용 손실만 높아지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 발표와 같이 생활 불편이 큰 주택의 경우, 리모델링 또는 수선 수준이면 충분하다”며 “결국 강남 재건축 활성화로 부동산 경기를 띄우자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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