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장민제 기자] 통신업계가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팬택의 경영위기로 인해 책임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일각에선 팬택의 몰락은 국내 통신 시장의 구조적 병폐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동통신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팬택 또한 보조금제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측면이 있기에 팬택 위기에 대한 책임을 이통사들에게서만 찾기엔 어렵다.
-팬택의 위기, 어떻게 왔나.
팬택이 경영위기에 처한 이유를 논하기 위해선 국내 통신시장의 보조금 문제를 빼 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보통 TV 같은 가전기기의 경우 전문 매장에서 구입한 다음 유선, 또는 IPTV등에 별도로 가입해서 컨텐츠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반면 휴대폰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경우 통신사에서 기기 구매와 함께 서비스 계약이 이뤄진다.
이통사 대리점이 휴대폰 판매매장이라고 생각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여기에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이 개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껏 이통사들은 ‘대란’이라 불리는 ‘게릴라 식’ 보조금 지급을 통해 출고가 100만원 가까이 하는 스마트 폰을 할부원금 0원에 공급했다. 지난 6월 대란 때는 LG의 최신형 폰 ‘G3'가 0원에 풀리며 10만 명이 넘게 번호이동을 했다. 이통사들은 이때 1500억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의 비극은 이런 보조금 대란 속에서 시작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의 브랜드 파워는 삼성·LG에 이어 3위, 또는 그 이하에 위치해 있다. 보조금 과다 지급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0원에 공급되는 상황에서 팬택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물론 팬택의 잘못도 존재한다. 팬택 역시 이통사들의 보조금 과열 경쟁에 동승해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나 제품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폰 출고가를 타사와 비슷하게 책정해 이익을 챙기곤 했다. 보조금 정책에만 안주한 나머지 기기 성능·가격에 비례한 제품 경쟁력 확보 및 해외 판로 확대 등을 등한 시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4월 팬택이 자신들의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하했음에도 판매실적이 부진한 것은 왜곡된 국내 통신 시장의 단면 보여주는 결과다. ‘대란’만 터지면 더 좋은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는데 누가 팬택 제품을 선택할까.
게다가 올해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통신사들에게 수차례 영업정지를 내렸고 매출의 80%를 국내에 의존하는 팬택으로선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이 해법?…고객 니즈 맞춘 전략으로 내실부터 다져야
오는 10월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이전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선 팬택의 정상화 해법은 해외시장 진출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해외판매를 위한 유통망, 서비스망 구축이 필요한 팬택으로선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고가 시장은 삼성·애플, 저가 시장은 샤오미 등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팬택의 해외시장 진출은 더욱 어렵다.
팬택은 오히려 단통법 시행에 따른 시장 변화를 적극 이용해 국내 시장에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단통법이 시행되면 고가의 기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스마트폰의 교체주기를 더욱 길게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은 이에 대응해 일단 출고가를 대폭 낮추는 한편 제품 라인업을 축소해 중저가 브랜드에서 대표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OS 업그레이드 및 수리 등 후속 AS를 확실히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전까진 혁신·기술경쟁이 대세였지만 기술력이 평준화 된 현재, 고객들은 후속지원 등의 서비스를 더욱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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