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넷플릭스 망 사용료 부담, 망중립성 마침표 아니다
망중립성 논란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이지만, 매듭은 지어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논란은 가중되었지만, 당장 규모를 산정하기도 어렵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 탓에 규정할 수 없었다.
망중립성 개념은 인터넷 트랙픽을 기업과 개인이 같게 부담한다는 것으로 콘텐츠가 대용량이 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과부하에 통신업계가 애를 먹으면서 생겨났다. 통신업계가 콘텐츠 업체를 대상으로 이중 과금을 요구한 탓이다. 망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통신사의 몫이고, 서비스 향상으로 매출을 증가해야 하지만, 부담을 콘텐츠 업체에 떠넘기면서 이에 반발한 것이 망중립성 개념인데, 잠시 주춤하던 이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영상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는 미국 최대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Comcast)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콘텐츠 업체가 통신 업체의 인터넷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국내 통신업계다. 망 구축 비용을 콘텐츠 업체에서 마련하게 할 사례가 등장했다고 말이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결정이 길었던 망중립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할 것이라면서 호들갑까지 떨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상이 될 수 있는 콘텐츠 업체는 긴장하고 있으며, 콘텐츠 업체로 부담이 넘어갔을 때 올라갈 콘텐츠 이용료에 사용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부담은 망중립성의 마침표와는 다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일까? 넷플릭스는 미국 전역 대용량의 영상 콘텐츠를 온종일 제공하고 있다. TV쇼, 영화,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 사용을 급증하게 했는데, 문제는 트래픽 과부하로 서비스 손해를 입는 쪽이 넷플릭스였다는 것이다. 영상 콘텐츠인 만큼 끊어짐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갈수록 트래픽 부하가 늘어나니 고객 불만이 망 사업자가 아닌 넷플릭스로 집중되었다. 또한, 풀 HD의 약 4배 화소를 지닌 4K 해상도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더 큰 용량의 콘텐츠를 끊김 없이 제공해야 할 상황이다. 자신들의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투자한다는 것을 망중립성과 연관을 지어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일까?
대다수 국내 언론은 넷플릭스가 망중립성 논란에서 항복을 선언했다고 호도했지만, 실상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을 등에 지고 자신들을 위해 망 사용료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며, 그런 업체가 여럿 나오더라도 그것이 망중립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항복이 아니라 협력이라고 하는 게 정당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사례가 일종의 망 투자 활로가 되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차라리 국내 통신업계가 적자 상태라면 이해라도 될 법한데, 수 조의 영업이익과 미국보다 좁은 땅덩어리에 덜 들어가는 비용, 거기다 대다수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국가에서 망 투자하기가 버겁다고 말하는 것조차 우습다. 그리고 그걸 넷플릭스라는 미국 기업이 부담하기로 했다는 것에 술렁이는 자체도 어리석고, 망중립성 논란을 벗어나겠다는 교활함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 어떤 업체가 망 사용료를 부담하든 망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에 흠집이 생겨선 안 될 것이며, 통신업계의 배만 불릴 논란 자체가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Every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