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연미란 기자] “위안소의 설치와 관리·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위안부로서 무수한 고통을 경험하고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진 모든 분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전한다. (고노 담화 中)”
1993년 8월 4일 정부 대변인이었던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은 1년 8개월간의 조사 끝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모집 등에 국가가 관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잘못을 인정한 뒤 위와 같이 사과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 국가 차원의 사과가 이뤄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14년 뒤 일본 정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지난 2007년 아베 당시 총리는 “위안부 강제 연행의 증거가 없다”고 고노 담화를 반박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부정한 것이다. 이후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며 극우 역사관에 불을 지폈다.
또 고노 담화가 발표될 당시 함께 발표된 ‘위안부에 관한 조사 결과 보고서’가 한국 측의 수정 요구를 크게 반영한 것이라고 전하며, 당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정당성과 신빙성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폄훼했다.
이자스민·길정우 의원 위안부 기림비 설치 반대한 까닭
위안부 강제 인정 등 일본의 극우 역사 인식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정부여당 내부에서 위안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기림비 설치 요구 결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마련한 전체회의에서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설치 촉구 결의안’을 두고 새누리당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과 길정우 의원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설치 촉구 결의안’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 역사 왜곡 중단 ▲국회에 기림비 설치 ▲정부에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및 법적 배상 촉구 ▲기림비 설치 등 기념사업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이자스민 의원과 길정우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에 반대 의견을 내세우며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자스민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이 부분이 여가위와 외통위 생각이 굉장히 달라 애매하다"며 "다른 의원들 이야기로는 일본은 특히 '위안부' 관련된 것은 굉장히 인정하고 싶은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괜히 건드려서 외교 차원에서는 더 안 좋을 것 같다는 말이 많아서 굉장히 애매하다"고 말했다.
길정우 의원도 반대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지난 (12월) 10일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소장 조선대원수 투구·갑옷 반환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 실천 가능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정치적인 메시지만 담긴 결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의원들에게 부담을 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림비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국회 내에 기림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자스민 의원은 2012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소송을 국가가 지원하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어 이 의원의 태도가 상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이 의원은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한 일본인이 ‘말뚝테러’를 벌인 사건을 언급하며 “위안부를 부정하는 일본 내 우익 세력 등에 의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소송에 국가가 직접 나서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이 운영하는 청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petitions.whitehouse.gov)’에서는 9일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민공원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대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에 윤석원 미국 가주한미포럼 대표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소녀상 철거에 대한 서명 운동이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맞붙어 싸우면 우스운 꼴이 된다”면사 “일본이 사과할 때까지 계속 세우는 게 우리가 갈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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