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철도노조 연행 속도전…자충수 되나
박근혜 정부, 철도노조 연행 속도전…자충수 되나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12.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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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민주노총 사무실 강제진압에 범야권 격앙 “부메랑 돼 돌아올 것”

▲ 박근혜 대통령.@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경찰이 22일 노조 간부에 대한 연행을 속도전으로 전개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철도노조 파업 14일째인 이날 경찰은 철도노조 간부를 검거하기 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물에 강제 진압을 시도했다. 이는 지난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첫 공권력 투입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5분경 민주노총이 입주해있는 서울 중구 <경향신문> 빌딩에 진입을 시도했다. 영장이 발부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에 대한 검거 작전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8시부터 <경향신문> 건물에 경찰 병력 4000여명을 배치한 경찰은 노조원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3시여 동안 대치 상태에 있다가 오전 11시 10분경 노조원을 끌어내린 뒤 현관 유리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에 격렬히 저항한 민주노총 조합원 119명이 연행됐고,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등 의원 5명이 격리 조치됐다.

민주당 등 야권과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범야권은 민주노총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불통이 길어지면 결국 그것은 독재의 길(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압, 朴정부 ‘일방통행 식’ 불통정치”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하고 경찰의 철도노조 체포 시도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불통정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민주노총에 대한 사상 초유의 공권력 투입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분노한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기관 대선개입 등 특별검사 도입 야당 공동발의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권의 불통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는) 대화와 소통이 아니라 독선과 불통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결국 독재의 길”이라고 힐난했다.

 

▲ 경찰이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진압한다는 설이 돌며 긴장감이 도는 22일 오전 민주노총이 위치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에 노조원들이 진압에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Newsis

진보정당도 나섰다. “이번 체포작전은 오히려 파업을 더 강하게 만들고 결국 이 정권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천호선 정의당 대표)”, “박 대통령 스스로 파국을 자초하는 것(심상정 원내대표)”, “민주노총 지도부 등에 대한 강제 연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청와대에 이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긴급 호소문을 내고 경찰의 강제진입을 “사상 초유의 경찰에 의한 민주노총 침탈”로 규정한 뒤 “(이는) 노동운동 자체를 말살하겠다는 것이자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군홧발로 짓밟겠다는 독재적 폭거”라며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청와대와 노동계의 갈등은 지난달 15일 박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의정서 비준을 재가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후 국회 비준동의권 무시에 따른 밀실협정 논란을 시작으로 ‘사회적 합의 없이 철도 민영화는 없다’는 대선 약속 위반 의혹에 이어 과잉진압 논란까지 덮치면서 박근혜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진압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세로 전환한 터라 정권 위기를 재촉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20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6%p나 하락한 4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최고치로, 그간 대선 득표율(51.6%)과 비슷한 수준인 53~54%로 조사되던 지지율이 50%대 아래로 급락한 것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6%p 상승한 41%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박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이유로 ‘공기업 민영화’를 꼽은 응답자가 14%에 달했다는 점이다. 일주일 전 3%의 응답층만이 공기업 민영화로 인해 박 대통령을 비토한다고 답했다. 일주일 만에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한국갤럽> 측은 이와 관련해 “사측이 파업 참여 노조원 수천 명을 직위 해제한 데 이어 이번 주 박 대통령의 ‘철도 파업은 명분 없는 일’ 발언, 정홍원 국무총리의 파업 중단 촉구 대국민 담화문 발표, 검찰의 철도노조 간부 체포영장 발부 등이 이어졌다”며 “박 대통령 비지지층에는 일련의 과정이 소통·화합이 아닌 독단·일방적 태도로 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6~19일 4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20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임의걸기) 방식을 통해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p다. 응답률은 15%(총통화 8천152명 중 1천207명 응답 완료)다.

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독점에 의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철도노조 파업은 어떠한 명분과 실리도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도노조 파업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이라고 잘라 말한 뒤 공권력 행사와 관련해 “시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당연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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