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범야권 정책공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전날(3일) 여야 4자 회담에서 선(先)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별위원회(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해내자 진보정당 내부에서 “사실상 특검 포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특별검사제) 도입을 고리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이 각계 연석회의를 구성한 뒤 특검 단일법안을 만든 터라 급물살을 탄 야권연대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여야 4자 회담 합의와 관련해 “특검이 실종되는 것은 아닌가. 민주당이 사실상 특검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천 대표는 ▲국회 정상화 ▲예산 심의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에 입법권 부여 등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누가 제2의 채동욱(전 검찰총장)이 될지 모르는데, 검찰이 과연 소신있게 수사할 수 있겠느냐. 반드시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을 향해 “(특검 도입 의지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당 이정미 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여야가 정상적으로 예산안을 다루게 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면서도 국가기관 대선 개입 특검 불발과 관련해선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잘라 말했다.
진보정당 “4자 회담, 그들만의 합의…새누리당에 면죄부 준 것”
이 대변인은 “누차 강조해 온 특검 수사만이 대선 불법 사건을 제대로 파헤칠 유일한 길임이 분명한데도 양당 회담에서는 결국 추후 논의라는 모호한 수사만을 남긴 채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라며 “민주당이 특위를 받고 특검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검 도입을 위한) 양당의 책임 있는 후속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특검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마땅할 것”이라고 말한 뒤 새누리당을 겨냥, “이번 협상으로 특검 문제를 뭉개고 갈수 있다는 오판을 하지 말기를 경고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통합진보당도 여야 4자 회담 타결을 “그들만의 합의”로 규정지은 뒤 “민주당이 예산안을 불모로 한 새누리당의 겁박에 굴복했다”라고 평가절하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특검불가, 특위수용은 처음부터 새누리당의 입장이었다”면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의 노회한 술수에 그대로 끌려간 합의”라고 이같이 말했다.
홍 대변인은 “4자회담은 정국파행의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할 새누리당에 면죄부만 안겨준 꼴”이라며 청와대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을 거론하며 “신속하게 특검을 해야 할 이유는 매일같이 차고도 넘친다”라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4자 회담 합의 내용을 추인했다. 또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원 전원 명의로 채택해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야 4자 회담에 대한 비판 여론과 관련해 “특검의 ‘특’자로 꺼내지 못한 새누리당을 상대로 ‘특검 논의’의 명문화 얻어낸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 뒤 이번 회담으로 야권연대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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