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강창우기자]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전략이 담긴 문건이 처음 공개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4일 JTBC 9시 뉴스를 통해 삼성그룹이 노동조합 결성을 막기 위해 논의하고 실행했던 계획과 정황이 담긴 '2012 S그룹 노사전략'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소문으로 떠돌던 삼성의 노조 파괴 전략의 전모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심 의원이 공개한 '2012 S그룹 노사전략'은 지난해 1월 작성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삼성은 복수노조가 시행된 지난 2011년 그룹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대응태세를 두 차례 점검하고 29,000여 명에게 특별 노사 교육도 모자라 모의훈련까지 실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1~2월을 복수노조 대응 체제 점검 시기로 정해 전 사업장을 점검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그룹이 주관하는 인사 임원 화상회의를 매주 정례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노조와 관련 그룹 내 분위기를 '면피에서 자만으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노조가 생길 가능성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삼성은 복수노조 시행 이전 그룹 내에서는 "삼성 관계사에 무조건 노조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 회사, 우리 부서가 1등으로(가장 먼저) 설립되지 않으면 된다"는 '면피'의식이 팽배했고 복수노조 시행 이후 6개월이 지나도 아무 문제가 없자 "복수노조 별 거 아니네" "조직 관리는 무슨..."이라며 '자만'하고 있어 긴장감이 이완되는 조짐이 있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노조, 조기 와해와 고사시키기 방침
특히 노조가 설립될 경우 전 부문 역량을 집중하고 노조 대응 전략과 전술을 연구 보완해 노조를 조기에 와해시키고 고사시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심 의원은 "기업이 복수노조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삼성의 경우 노조 와해를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추진 과제와 관련 삼성은 노조 설립 이전 단계에서 '노사 사고 예방을 위한 총력 대응체제' 구축을 위한 10개 과제 결정했으며, 노조 설립 시 대응책도 △설립 신고 단계 △세 확산 단계 △교섭 개시 단계 등 3단계로 나누어 치밀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매뉴얼(추진 과제)을 만들었다.
삼성에서 노조 설립 예방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빈틈없는 현장 조직 관리' 등을 통한 '부진, 문제 인력에 대한 지속적 감축'이다. 이와 관련 삼성은 승격 누락, 하위 고과자 등 문제 인력을 재분류하고 활용 가능자는 우군화시키고, 활용 불가자는 희망퇴직과 취업 알선을 마련하는 것으로 돼 있어 사실상 쫓아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핵심 문제인력에 대해서는 노조 설립 시 즉시 징계할 수 있도록 비위 사실 채증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직원에 대한 회사의 일상적 밀착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충격적인 <100과 사전> 제작
이 문건에서 SMD(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문제인력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개개인에 대한 <100과 사전>을 제작했으며 개인 취향, 사내 지인, 자산은 물론 주량까지 꼼꼼히 파일링해 (현재) 사용 중에 있다고 밝힌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삼성은 또 '인사 부서 실전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임직원 280명당 1명 수준으로 노사 담당자를 확보하고, 이를 위해 현업 우수 인력 및 유력 대학 법학과 출신을 여기에 배치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년 1월 현재 수백 명에 이르는 노무사를 채용한 삼성은 2015년까지 세 자리 숫자 노무사를 충원해 1사업장 1노무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많은 인력과 재정을 노조 설립 봉쇄에 사용하고 있었다.
사내 건전 인력은 △방호 인력 △여론주도 인력 △노조활동 대응 인력으로 구분되며 외부세력 침투 시 동원되는 방호 인력의 경우 사전 명단 확보 후 유사시 집결 장소에서 신속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준군사조직 성격까지 느껴지게 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노사협의회를 전략적으로 육성, 활용하는 것이 노조 설립 예방에 중요하다고 보고 노조 설립 시 대항마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사시 친사(어용) 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사협의회 역량 강화교육을 년 2회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1월 르노삼성에서 노조가 설립됐을 때 노사협의회를 대항마로 내세워 신규 조합원을 250명에서 80명으로 축소시킨 사례가 있었다.
설립된 노조에는 군사 작전
삼성은 이 같은 사전 예방책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설립됐을 때 대응하는 추진 과제도 함께 마련했는데, 여기에는 '조기 와해, 고사화 추진, 단체 교섭 거부, 노조 해산 추진, 조기 와해 불가 시 친사(어용) 노조 설립 후 고사화 추진' 등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방침을 마련해 놓았다.
또한 노조가 결성된 이후부터는 이를 전시상태로 규정하고 그룹과 해당 회사에 인사, 홍보, 법무, 지역협의회가 참여하는 비상상황실 체제를 확대했다. 내부 동요 방지, 조합원 탈퇴 압박, 설립 신고 취하 설득 등의 방침을 병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삼성은 이 과정에서 진행하는 모든 수단들이 사실상 부당노동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제소된 경우 증거 유무가 핵심이라며 서면 자료 및 발언, 녹취 내용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되지 않도록 평상시 훈련과 교육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그룹 내 수백 명의 노무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 문건에 따르면 현재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서류상 노조'가 삼성그룹 내 4개 업체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삼성은 관련 사실이 드러날 경우 '알박기 노조'라는 비난 여론을 감안해 신규 노조의 조기 와해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한 후 결정하는 것으로 해놓고 있어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조기 와해를 기본으로 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라도 서류상 노조를 악용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와 함께 노조 설립 주동자는 위법 사실 채증 후 해고, 정직 등 격리하고, 단순 가담자들은 사내 지인과 부서장 면담 등을 통해 탈퇴 유도하고 대자보 부착,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천막 설치 등에 대해 사규 위반으로 반드시 저지하되 거부 시 채증 후 징계라는 세밀한 수순을 마련해놓고 있다.
삼성은 노조 설립 주동자를 즉각 징계하기 위해 평소 문제 인력들의 사규 위반 사항을 채증하고 필요 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은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 해산을 유도하는 방침도 정해놓았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법 앞에 평등'과 '노조 인정'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며 "정치권력을 압도하는 삼성의 이면에는 경영권 세습, 불법 비자금 조성, 그리고 무노조 신화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심 의원은 "삼성이 국민의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 한국 사회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삼성의 변화를 재차 주문했다.
< 저작권자 © 에브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기사제보 : 편집국(02-786-6666),everynews@everynews.co.kr >
에브리뉴스 EveryNews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 everynews@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