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겪는 2013년 국감, “너희가 국정감사를 아느냐”
난항 겪는 2013년 국감, “너희가 국정감사를 아느냐”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3.09.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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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재조명]매년 반복되는 ‘맹탕 국감’ 논란, 왜?…국정감사의 모든 것

▲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텅 빈 자리고 있다.@Newsis

[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 국정전반에 관해 매년 정기국회일 다음날부터 20일간 감사를 하는 것. 입법권·예산심의권 등처럼 국회의 독립적 기능을 수행. 이 과정에서 탄핵사유나 위법사유가 발견될 경우 국회는 행정부에 대한 탄핵소추 혹은 해임결의 가능. 행정부는 국회에서 이송한 결과보고서 사항을 처리한 뒤 그 결과를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이하 국감) 얘기다.

국감 시즌이 다가왔다. 하지만 27일 현재 국회 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지난 23일 “매서운 원내투쟁을 하겠다”며 원내 회군을 선언했지만, 대치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여야는 국정감사 일정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의사일정 조율에 실패한 데다가 이날 새누리당이 의사일정 합의 전까지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 내주 예정된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회 개회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최근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차등지급 논란 등이 겹치면서 여야 대치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또한 9월 정기국회의 핵심인 민생법안 처리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처음부터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도 이 같은 국회 파행에 한몫하고 있다. 그만큼 국감은 하반기 정기국회 일정의 변곡점이다.

민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여름 내내 국감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국감에서 정치적 이슈를 칼같이 제기할 경우 ‘스타의원’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으냐. ‘정책’과 ‘정치적 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감의 역사는 제1공화국…우리나라 헌법상 ‘특유의’ 제도

국감의 주체는 입법부인 국회다. 국민이 선출한 의회가 국가의 정책과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함으로써 3권분립, 즉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달성코자 하는 것이다. 국감 그 자체가 의회주의의 한 단면이란 얘기다.

국감의 법률적 근거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다. 다만 국정조사(국조)와 국감의 차이점은 전자가 명문규정 여부와 관계없이 헌법상 ‘당연한 권리’인 데 반해 후자는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다.

 

▲ 지난 6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Newsis

국조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 등과 같이 ‘특정사안’에 대해 재적의원 1/4 요구 시 언제든지 열 수 있다. 국감은 특정사안이 아닌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관해 감사권을 가지고 20일간 소관상임위원회 주최로 개최한다.

국감의 역사는 제1공화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제헌헌법에서 처음 규정한 국감은 이후 제1차 발췌개헌(1952년 7월 7일), 제2차 사사오입개헌(954년 11월 29일), 제3차 의원내각제개헌(1960년 6월 15일)∼제6차 공화당 3선개헌(1969년 10월 21일)까지 이어졌다.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이 발동한 제7차 유신개헌(제4공화국)에서 폐지된 국감은 이후 제8차 개헌(5공화국)에서 다시 규정된 뒤 현재 제9차 헌법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감은 제헌헌법과 같이 탄생한 한국 헌법의 역사다.

바이마르 헌법에서 최초로 규정된 국조가 우리나라에 적용된 것은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개헌’으로 불리는 제8차 헌법(제5공화국)이다. 국조의 역사는 국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년에 불과한 셈이다.

다만 국감의 문제는 ‘매년 20일간’ 열리면서 연례행사화 돼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 사이에는 “행정부만 때리자”, 공무원들 사이엔 “국감만 넘어가자”는 식의 안이한 인식이 팽배하다.

의원들의 한탕주의, 보좌관들의 재탕주의, 행정부 소속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 등 구태 정치와 퇴행적 행정이 국감 안에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국감 이후 언론은 “올해도 민생국감은 없었다, 국감 무용론 대두”라는 비판적 기사를 쏟아낸다. 매년 ‘정쟁국감·맹탕국감→국감 무용론 제기→상설 국감 등 제도개선’ 등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까닭이다.

진보진영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제는 우리도 상시국감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말한 뒤 “행정부 관료의 국감 무단 불출석 시 징계를 강화하고, 국회와 행정부가 국감의 사후검증체계 구축에 나서는 등 그간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박 대통령의 기초연급 차등지급 논란 등으로 대치정국이 장기화된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감은 어떤 모습일까.

여야 모두 반대편만 타격하자는 ‘저격수 정신’만 있고 의회주의 회복과 정당정치는 그 어디에도 없는 무용의 정치를 보여주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1948년 이래 반세기 동안 지속된 헌법에 부끄럽지 않은 국감이 돼야 한다는 게 국민정서다. 국민의 눈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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