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뉴스=최신형 기자] 지지율 상승 추세로 자신감을 내비치던 박근혜 정부에 위기가 닥쳤다.
취임 6개월을 기점으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외치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지율 70%대 돌파를 눈앞에 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朴(박)정부 위기론’이 확산될 기세다.
23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5.9%P 하락한 60.8%를 기록했다. 2주 연속 내림세다.
8월 셋째 주 59.3%였던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이후 ‘61.4%→67%→66.7%’를 기록했다. 하지만 추석 기간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며 지지율 급락을 면치 못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주 대비 8.5%P 상승한 31.6%를 기록, 한 달 만에 부정평가가 30%대에 이르렀다.
<리얼미터>의 일간 집계를 보면, 지난 10일 69.5%로 최고치를 기록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일 60.9%까지 하락했다. 10일 만에 8.6%P가 빠진 셈이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2.2%P 하락한 50.0%를, 민주당은 5.5%P 상승한 26.6%를 각각 기록했다.
<리얼미터> 측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세와 관련,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표명 파문에 이어 여야 3자회담 결렬 등의 악재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간집계는 지난 16일∼20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朴대통령, 인사 논란 때마다 지지율 하락
추석 직전 국회 3자회담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등 7가지 요구사항을 단칼에 거부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박 대통령 앞에 아킬레스건인 ‘인사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다름 아닌 ‘인사 문제’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조사결과에서 취임 첫 주 54.8%로 시작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5.3%로 하락한 4월 첫째 주나, 5월 셋째 주 50% 중후반대에서 다소 꺾인 원인도 청와대 부실인사 논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에 기인한 결과였다.
청와대발(發) 인사파동이 없다면, ‘영남-보수층’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공고해지겠지만, 인사 논란 때마다 ‘불통 수첩인사’ 비판에 휩싸인 결과 박근혜식 정치에 대한 국민들 실망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이 지점과 맞물려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와 NLL(서해 북방한계선) 논란 등에서 ‘이슈와의 3자화 전략’에 나선 박 대통령 특유의 정치리더십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정치이슈를 ‘정쟁’으로 치부하고 민생만을 강조하는, ‘무위(無爲)’의 정치는 단기적으로 유효할지 몰라도 장기간 국정운영의 동력으로는 쓸 수 없다. 정치와 거리두기는 곧 ‘실체 없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추석 민심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배후설 논란에 휩싸인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는 추석 밥상의 최대 얘깃거리였고, 앞서 발발한 양건 감사원장 사퇴 논란은 헌법이 보장하는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와 직결된다. 청와대가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의 과잉개입’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르면 주 후반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정책인 ‘기초연금’ 공약 실패에 따른 책임성 사퇴다. 정권 초기부터 불거진 인사 논란이 ‘수첩 인사’에 따른 시스템의 문제라면, 진 장관의 사퇴는 이와 더불어 ‘박근혜식 복지’의 후퇴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당장 진 장관 사퇴설을 고리 삼아 대여 투쟁을 강화할 태세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복지)공약 먹튀가 구체화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을 후퇴시키고는 진영 장관이 속죄양을 자처, 물타기를 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날 서울광장 천막본부에서 가진 상무위원회의에서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보편적 복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스스로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을 애먼 복지부 장관을 희생양 삼아 모면하려 한다”면서 “(진 장관의 사퇴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문제는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한 박 대통령에게 국면전환을 위한 개혁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채동욱 파문이나 양건 사퇴 논란에 발을 빼기도 그렇다고 전면 개입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고, 진영 사퇴설로 박근혜 정부의 복지 후퇴는 기정사실화로 되는 모양새다. 추석 이후 국정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려던 박 대통령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또한 현재 박 대통령 앞에 있는 지뢰밭의 핵심이 인사 문제여서 박 대통령이 참신한 인사 카드로 맞서지 않는다면, 정권 초기부터 계속된 ‘수첩인사’, ‘회전문식 인사’ 등의 논란을 시작으로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에브리뉴스>와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수첩인사로 장차관들이 줄줄이 낙마하지 않았느냐”면서 “인사대탕평을 통한 ‘대통합’ 대신 ‘인사파탄’으로 사회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킨 것으로,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원내투쟁 강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승부수로 난국에 처한 정국상황을 타파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상반기 정치리더십을 고집한다면, 레임덕 국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 대통령이 ‘무의(無爲)’ 정치 대신 정치와 거리 좁히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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